中베이징시,화재 빌미로 농민공 내쫓고…돕는 시민단체도 '탄압'

입력 2017-11-27 22:30  


지난 18일 밤 베이징(北京)시 외곽의 임대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19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하자 시 당국은 긴급 화재대책을 명목으로 저소득층 거주지에 전면적인 퇴거 명령을 내렸다.

`농민공`으로 불리는 수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은 수일 내에 거주지를 떠나라는 시 정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아무런 대책 없이 집을 비워야 했다.

평소 `같은 배 한 가족`(同舟家園)이라는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는 양창허 씨는 이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이를 보고 찾아온 이들의 짐을 맡아주고 임시 숙소를 제공했다.

하지만 다음날 찾아온 경찰은 자원봉사센터가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 단체라며 당장 지원 활동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그 다음 날 다시 방문한 경찰은 센터 2층에 있는 그의 숙소에 화재 예방시설이 미비하다며 당장 집을 비울 것을 요구했다. 강제퇴거자를 도우려던 그가 되레 퇴거당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은 27일 베이징시 정부의 강제퇴거 조치 후 이와 같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따뜻한 베이징`(溫暖北京)이라는 시민단체는 강제퇴거자들을 위해 3일간의 임시 숙소를 제공하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당국의 명령으로 이를 즉시 내려야 했다.

`백조의 도움`(天鵝救援)이라는 단체도 강제퇴거자들의 이삿짐 운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려다가 당국의 경고를 받고 이를 중단했다.






아무런 거주 대책 없이 빈민층 거주자들을 쫓아낸 베이징시 당국의 조치에 중국 네티즌 사이에는 이것이 이들을 평소 못마땅하게 여겼던 시 당국의 계획된 조치라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베이징시는 2020년까지 베이징의 인구를 2천300만 명으로 제한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는데, 이를 실현하려면 시 인구를 15%나 줄여야 한다.

이에 시 당국이 화재에 취약하고 불법 건축물이 난립한 빈민층 거주지역을 `깨끗하게` 정리하려고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베이징시 당국은 이를 터무니없는 음모론이라고 일축했지만, 인터넷에는 `빈민층의 유입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일소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정부 문건이 유포되고 있다.

SCMP는 이러한 상황이 빈곤 대책을 추진하는 중국 정부가 처한 현실을 여실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20년까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지만, 실제로 부동산값 폭등 등으로 빈곤층의 생활은 더 어려워진 실정이다.

중국 정부는 빈곤층이 4천300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연간 소득 3천 위안(약 50만원) 이하라는 터무니없는 낮은 기준으로 빈곤층을 분류했기 때문으로, 실제 빈곤층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에 최근 수년 새 부동산 가격은 폭등해 홍콩의 경우 빈곤층이 사는 9평 아파트의 가격이 445만 달러(약 6억원)에 달한다.

가구 소득 중윗값의 절반에 못 미치는 소득층을 빈곤층으로 분류하는 홍콩 정부의 기준으로 올해 빈곤층은 135만 명이었다. 이는 전체 인구의 19.9%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2041년까지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급속한 노령화로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베이징 거주자의 평균 연봉은 전년보다 12.3% 올라 지난해 6만5천881위안(약 1천100만원)을 기록했지만, 홍콩 못지않게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고물 수집상을 하는 왕주강(45) 씨는 "베이징에서는 음식값, 야채값 등 모든 것이 비싸고, 후커우(戶口·호적)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의료비도 훨씬 비싸다"면서 "베이징의 생활은 정말이지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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