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훈 기자의 청와대는 지금]'혁신성장인가 형식성장인가'

권영훈 기자

입력 2017-11-29 08:54   수정 2017-11-2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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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네 바퀴 성장론`으로 요약된다. 일자리, 소득주도, 공정경제, 혁신성장이 그 것이다. 그 중 하나인 혁신성장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모든 부처 장관들을 불러 모아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처음 주재했다. 이날 혁신성장의 구체적 개념과 청사진이 나올 것이란 기대는 기대로만 그쳤다. 먼저, 개념은 박근혜 정부 때 추진한 창조경제와 비교해 대기업이 빠진 것외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게 없고, 청사진 역시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사업들이 대부분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내년 1월 이후 부처별 사업로드맵이 확정되면 대국민 보고대회 형식을 빌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은 `형식`이 아닌 `혁신`을 바라고 있는데 말이다. 자칫 `혁신성장`이 `형식성장`이 되는 우를 범할까 걱정된다.


# 대기업 빠진 혁신성장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혁신성장의 주역은 민간이고 중소기업"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민간주도로 혁신성장을 추진하는 데 있어 대기업은 공식적으로 빠진 셈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는 `혁신성장`은 "이전 정부가 추진한 성장정책과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시말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대기업 주도로 추진해 문제가 발생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은 다르다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성장의 개념은 추상적인 수 밖에 없지만 개념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도과제를 포함한 핵심사업으로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드론산업 등을 언급했다. 그런데 개념정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대통령이 언급한 혁신사업들은 이전 정부, 나아가 전 전정부에서도 추진했던 사업들이다. 거대 담론 수준의 목표 역시 박근혜 정부의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대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사업이 대기업을 배제한 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혁신성장 사업을 위한 입법 및 예산안 통과가 절실한데 야당과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라 사업추진에 만만치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인수위 없이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6개월을 쉼없이 달려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을 통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책 준비가 짧았던 측면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혁신성장이란 말은 찾아 보기 어렵다. 그런데 J노믹스가 `공급`은 없고 `분배` 중심이란 지적이 적지 않자 혁신성장이란 정책을 뒤늦게 꺼냈다는 후문도 있다. 혁신성장의 탄생 배경이 어떻든 간에 혁신사업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밝힐 등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건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여줄까` 보다 `무엇을 보여줄까`라는 점이다.


# 바퀴 빠진 네 바퀴 성장론

문재인 정부는 `네 바퀴 성장론`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일자리, 소득주도, 공정경제, 혁신성장이 그 것이다. 문제는 한국경제가 실업대란, 주거대란, 부채대란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거다. 첫번째로,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청년 실업률은 고공 행진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중 취업자가 2,685만 5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만 9천명이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수가 20만명대로 주저앉은 것은 지난 8월에 이어 두달만이다. 여기서 청년실업률(15~29세)은 8.6%로 1999년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10월 구직 단념자는 48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4천명이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최저임금이 오른데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임금부담은 고용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두번째로, 소득주도 성장도 정부 바램과 다른 방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4분기 월평균 가구소득은 453만7,192원으로으로 1년 전보다 2.1%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0.2% 줄어들었다. 소득보다 지출이 더 빠르게 늘며 형편은 나빠진 셈이다. 소득 양극화, 즉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소득 하위 20% 미만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1만6,284원으로 1년 전보다 0.04% 줄어든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소득은 894만8,054원으로 4.7%나 늘었다. 세번째로, 혁신성장은 앞서 지적한대로 대기업의 자금, 네트워크, 노하우가 빠진 채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만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일자리가 없고, 소득이 줄자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9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419조원. 지난해 9월 1,300조원을 돌파했는데 1년 만에 100조원이 늘어난 셈이다. 가계부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집값은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지역 주간 아파트 가격은 0.18% 올랐다. 8.2 대책 발표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몇주를 빼고 3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올랐다. 최근 정부가 가계부채종합대책을 추가로 내놓았지만 집값은 여전히 상승중이다. 예를 들어 `네 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한 바퀴`가 빠질 경우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네 바퀴 성장론`에 필수과제들 모두 양호한 성적이 요구된다.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다.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상황이 더욱 심각할 경우 새 바퀴를 끼워서라도 `네 바퀴`가 중심을 잡고 굴러가야만 문재인 정부, 나아가 한국경제호(號)는 희망에 다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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