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또 도발'…문 대통령 '평화해법'·'평창' 악영향 우려

입력 2017-11-29 09:46  

북한이 75일간의 침묵을 깨고 또다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감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반도 주변 질서를 이끄는 이른바 `G2`(주요 2개국), 즉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정상외교를 통해 북핵 해법의 실마리를 풀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려는 시점에서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이 다시 중대도발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그동안 북한을 상대로 미국과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시도해온 외교적 노력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인 것으로 풀이된다.무엇보다도 문 대통령이 가장 고심하는 대목은 북한의 이번 도발로 인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추진할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다자 시스템과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틀 속에서 북한을 강력히 응징하고 압박하는 쪽으로 북한 대응의 무게추가 급격히 쏠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중국 방문과 이를 계기로 한 제3차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의 프로세스를 모색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현재로써는 중국의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문 대통령의 2단계 북핵해법(북한의 핵동결을 입구로, 비핵화를 출구로 삼는 단계적 접근법) 구상을 토대로 한·중 양국 공통의 북핵해결 로드맵을 도출해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도발로 양국 정상 차원의 `큰 그림` 그리기가 현실적으로 의미를 갖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문 대통령은 이번 도발에 대해 `조건반사적`으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후 2시간43분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북한이 도발적인 군사 모험주의를 멈추지 않는 한 한반도의 평화는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때까지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추진해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압도적 힘의 우위`에 기초한 대북 압박 기조를 강화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철폐와 첨단군사자산의 획득과 개발 등에 대한 한·미 정상 간의 합의를 토대로 자체적인 대북억지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같은 대북 제재와 압박 구도가 강화될 경우 한반도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점이다.

북한은 미국이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제재와 압박에 반발해 더 큰 위협적 도발에 나설 소지가 있고, 이 경우 북한의 ICBM 프로그램을 현존하는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옵션을 불사하는 물리적 대응에 나선다면 한반도가 또다시 전쟁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NSC 전체회의에서 "대륙을 넘나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며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북한과 미국을 향해 동시에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되 긴장이 격화되어 불행한 사태가 발현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해 나가겠다"며 `상황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해 "미리 예고됐고, 사전에 우리 정부에 의해 파악됐다"고 언급한 점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와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간의 면담이 불발되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하면서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도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당국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우리 군의 자체적 정보 파악은 물론 미국,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를 통해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우려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이번 도발이 내년 2월에 있을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개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고조될 경우 북한까지 포함해 전 세계가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으로 치르려는 우리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이번 미사일 도발이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미칠 영향도 면밀히 검토해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달라"고 각별히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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