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내년에 또 다시 법정에 서는 처지가 됐다.
시에나 지방법원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증인 매수 혐의로 기소하겠다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내년 2월1일 이 사건에 대한 첫 심리를 연다고 30일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재임 중 자택에서 모로코 출신 무희 카루마 엘 마흐루그 등 미성년자를 비롯한 여성들과 일명 `붕가 붕가` 섹스 파티를 벌인 의혹으로 2013년 기소됐다. 그가 돈을 주고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엘 마흐루그는 사건 당시 17세였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심에서 미성년자 유인과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7년 형을 선고받은 뒤 2015년 항소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판결을 받았으나, 이후 섹스 파티에 참여한 다수의 사람들에게 거액을 쥐여주고 위증을 하게 한 혐의로 작년부터 밀라노, 토리노 사법 당국으로부터 잇따라 기소되고 있다.
밀라노 검찰은 작년 12월 그를 증인 매수 혐의로 기소할 당시 그가 엘 마흐루그를 비롯한 당시 재판의 증인 20여 명에게 현금과 보석, 자동차, 부동산 등의 형태로 1천만 유로(약 130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봤다.
이번 시에나 법원 역시 그가 당시 벌어진 섹스 파티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다닐로 마리아니에게 돈을 주고 이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하게 한 의혹에 대해 법정에서 다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법 당국은 그가 피아니스트인 마리아니에게 매달 3천 유로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이르면 내년 3월 열릴 예정인 총선을 계기로 정치 전면 복귀를 노리고 있는 그에게 총선 직전 개시되는 시에나 법원의 사법 절차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끌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우파 연합의 구심점 노릇을 하며 지난 6월 지방선거, 지난 달 시칠리아 주지사 선거 승리를 견인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2013년 탈세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여파로 6년 간 공직 진출이 금지된 그는 이 조치가 부당하다며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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