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부터 여성운전이 허용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남성 보호자 제도(마흐람)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왕 자문기구 슈라위원회에서 이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슈라위원회의 여성 위원인 에크발 다라다니는 "여성운전 허용과 남성 보호자 제도는 긴밀히 연결됐다"면서 "이제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올바른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국영 언론에도 보도됐다. 남성 보호자 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은 꾸준히 나왔지만 사우디에서 이런 과감한 주장이 국영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는 일은 사우디의 변화를 방증한다.
다라다니 위원은 "남성 보호자의 동의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해도 도망치는 여성의 수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40살 먹은 여자가 미성년 아들의 허락을 받아야만 여행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제도는 사우디 여성이 결혼·이혼, 여행, 사업 계약, 취업, 은행 거래, 병원 치료 등 법적 활동을 할 때 아버지, 남자 형제, 남편 등 남성 가족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이슬람의 관습이다.
법적으로 명문화되진 않았지만 사우디에선 실제 여성에 적용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와 사우디 여권 운동가들은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할 사우디의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로 지적한다.
특히 여성이 여행할 때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관습은 여성의 사회 활동을 제약하는 폐해가 큰 제도로 꼽힌다.
이 제도 탓에 사우디 여성은 외출, 여행할 때 남성 보호자와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남성 보호자가 여의치 않으면 단순한 외출 시엔 남성 운전기사라도 함께해야 한다.
현행대로라면 여성의 운전이 허용되더라도 조수석에 남성 보호자가 앉아야 한다.
2012년엔 여성이 출국할 때 보호자로 지정된 남성의 휴대전화로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문자를 보내는 방법을 도입, 여성 단체가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사우디에서도 점차 이 제도를 완화하는 흐름이긴 하다.
올해 5월 사우디 국왕은 여성이 교육, 의료 등 공공 서비스를 받을 때 남성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칙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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