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갈탄사고 당시 "XX 건설이요"…발음 못 알아들어 신고자 위치 늦어져
김포 갈탄사고 뒷이야기가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공사장에서 갈탄을 피우다가 쓰러졌다며 119에 전화 신고한 김포 갈탄사고 작업자 2명이 신고한 지 약 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것.
김포 갈탄사고는 이 때문에 주요 포털 핫이슈 키워드로 등극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경기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6분께 119 상황실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갈탄을 태우다가 동료가 쓰러지고 나도 쓰러질 것 같다"고 외친 김포지역 내 한 노동자는 "XX 건설이에요"라고 위치를 알렸다.
발음을 잘 알아듣지 못한 소방 신고 접수자는 재차 건설사 이름을 묻고 김포시와 인터넷 등에 확인했지만, 해당 건설사를 알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접수자는 수차례 질문을 되풀이했으나 신고자 위치를 확인하지 못한 채 약 5분 만에 통화를 종료했다. 자동 위치 추적으로는 기지국만 특정됐다.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는 "유족 동의를 얻어야 해서 녹취록 공개는 어렵지만, 통화는 주로 위치를 물어보고 대답을 정확히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자 상태가 좋지 않아 발음이 상당히 부정확했고, 김포시로부터 공사 중인 건설사 목록을 받아 대조해봤지만 비슷한 건설사가 없어 수색에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결국 소방당국은 경찰과 함께 신고자가 발신한 휴대전화 기지국 반경 500m 이내를 중심으로 수색에 나섰지만 난관이 또 있었다.
신고자 휴대전화가 별정 통신사(기간통신사업자 설비를 이용해 전화를 개통해주는 사업자)에 가입된 번호여서 휴일이나 야간에는 가입자 신원 조회가 불가능했다.
방법을 찾던 경찰은 신고자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한 뒤 카카오톡 메신저를 토대로 인적 사항을 찾아 차 번호를 특정했지만, 이미 시간은 한참 지난 뒤였다.
공사장들을 순찰하던 소방당국과 경찰은 17일 오전 0시 28분께 신고자 차를 먼저 발견했다.
이후 최초 119 신고를 접수한 지 3시간 40분 만인 오전 1시 16분께 김포시 운양동 한 빌라 신축 공사장 지하 1층에 쓰러진 작업자 2명을 찾아 냈다.
하지만 A(52)씨와 B(50)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포 갈탄사고와 관련 "신도시 개발 지역인 운양동 특성상 기지국 인근에도 소규모 공사장이 많아 수색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가입자 조회가 바로 됐다면 가족들을 상대로 차 번호나 공사장 위치를 빨리 확인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포 갈탄사고를 조사하 결과 숨진 A씨 등은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이들은 전날 오후 3시께 콘크리트 양생(굳히기) 작업을 하면서 피워뒀던 갈탄을 6시간 만인 오후 9시께 새것으로 바꾸러 들어갔다가 질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겨울철 공사장에서는 콘크리트가 얼지 않도록 갈탄을 피우거나 열풍기를 틀고 작업하는 일이 잦아 화재와 질식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 갈탄사고도 이 같은 사고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김포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이 좁은 지하에서 피운 갈탄 연기(일산화탄소)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고 건설사 측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해당 공사장에 전면 작업 중지를 명령하고 긴급 안전 진단을 할 방침이다.
김포 갈탄사고 이미지 = 연합뉴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