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말만 되면 상장사들의 판매 공급 계약 해지 공시가 많아집니다. 실제 올해도 평소보다 3~4배가 많은 이런 계약 해지 공시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김원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부터 이달 중순까지 한달을 조금 넘기는 동안 상장사들이 내놓은 단일판매·공급계약 해지 공시는 총 13건.
한달에 평균 3~4건에 불과한 계약해지 공시가 갑자기 3배 이상 뛰어오른 겁니다.
개별 기업으로는 태양광업체 OCI는 지난 15일 3분기 매출(5355억원)에 맞먹는 4500억원 규모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고,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통합 전문업체 데이타솔루션은 지난 11일 한국고용정보원과 맺은 127억원 '국가일자리정보 플랫폼 기반 및 일자리포털 구축사업' 계약이, 동부건설은 한국자산신탁과 맺은 589억원 '안동 동부센트레빌' 공사 계약이 취소됐다고 알렸습니다.
비단 올해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전체 해지 공시는 60건 중 12월에 해지공시 10건을 기록했습니다.
그럼 연말에 계약해지 공시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증권업계 관계자
"어떤 사유가 발생하면 다음날 공시하는 게 맞다. 그러나 좋은 것도 아니다 보니 (기업들이)버틴다. 그러다가 나중에 감사받을 때 사실이 알려야 하니 (연말에) 공시를 내는 겁니다."
회사에 부정적인 내용 공시를 미루다 감사 받기 전인 연말쯤 공시를 한다는 건데, 일종의 공시 위반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래소나 감독 당국이 이런 악재성 내용의 공시를 지연하는 행위를 딱히 잡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거래소 측은 이런 지연 공시등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상장사들의 공시자료만을 근거로 제재를 가할 뿐 실제 회사 내에서 계약해지 사실을 인지한 시점에 대해 조사에 나서거나 조사할 방법도 없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계약해지 공시를 상습적으로 내는 상장사들에 대한 페널티를 고려해 볼만 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과거에 올빼미 공시를 했던 기업들에 대해 거래소나 금융 감독 당국이 이같은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공시 등 정보 공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 최근 3년간 건축설계 서비스업체 희림은 총 6회의 계약해지 공시를 한 바 있으며, OCI가 5회, 삼성물산과 일성건설이 각각 4회, 이밖에 동아지질(3회)과 스틸플라워(3회), 퍼시픽바이오(3회) 등 매년 같은 기업들이 계약공시 해지를 반복해 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원규 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