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년만에 ‘순환출자 가이드라인’(해석기준)의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을 소급 적용해 2015년 합병 과정에서 삼성SDI가 확보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추가로 처분해야 한다고 공정위는 요구했습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15년 12월24일 발표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1심 판결문에, 삼성 미래전략실의 성공한 로비의 결과로 (공정위 방침이 바뀌었다고) 판결문에 적시돼 있다. 공정위는 이런 상황에서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방침(가이드라인)을 변경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정위는 달라지는 예규에 따라 순환출자 고리 안의 소멸법인(삼성물산)과 고리 밖의 존속법인(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경우, 이를 순환출자의 ‘강화’가 아닌 새롭게 ‘형성’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강화로 본다면 순환출자가 강화된 ‘부분’만 해소하면 되지만, 새롭게 형성된 것으로 볼 경우 고리를 단절해야 하는데 이는 2015년 당시 공정위가 내린 판단과 같습니다.
결국 삼성SDI는 2015년 9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뒤 보유하게 된 통합 삼성물산 주식 904만주 가운데 2016년 초 매각한 500만주 이외에 현재 보유중인 404만주, 5,276억원어치를 추가로 처분해야 합니다.
가이드라인 변경의 배경은 당시 삼성 로비와 청와대 압력 등 절차적 하자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으로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판결문에 드러나 있습니다.
공정위는 소급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법률은 그대로며 당시 해석이 잘못됐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는 것은 시기와 관계없다는 입장입니다. 외부 법률 전문가들로부터의 자문 결과 역시 문제될 게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김 위원장을 설명했습니다.
한편 공정위는 삼성 쪽이 주식 처분을 할 수 있도록 예규가 만들어진 뒤 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