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블랙리스트 의혹' 컴퓨터 열람하기로…위법소지 논란 예고(종합)

입력 2017-12-26 23:16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하는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문건이 저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대한 조사를 본격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컴퓨터 사용자들에 대한 동의를 끝내 받지 못한 채 의혹 관련 파일들만 열어보기로 한 것이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잦아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추가조사위 관계자는 26일 "수차례의 서면 및 대면방식으로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했지만 결국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며 "컴퓨터 사용자들의 동의 없이 컴퓨터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사 착수 시기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사가 오랜 기간 지연된 만큼 이번 주 중에 곧바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가조사위는 사생활 침해 논란을 고려해 조사대상을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 중 사법행정과 관련하여 작성된 것`으로 최소화하기로 했다.
추가조사위 측은 "저장 매체에 있을 수도 있는 개인적인 문서와 비밀침해의 가능성이 가장 큰 이메일은 조사범위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방법도 전체 문서의 내용을 살펴보는 방식이 아니라 문서 파일의 생성·저장 정보를 먼저 살펴 의혹과 관련이 있을 만한 문서만 열어보는 방식으로 제한했다.
또 조사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참여와 의견 진술기회를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다.

추가조사위 관계자는 "조사대상과 방법을 한정하고 당사자에게 참여와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한다면 당사자들의 사적 정보(비밀)가 침해될 개연성이 거의 없다"며 "이런 문서 열람에는 당사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행정처 컴퓨터를 그대로 보존하는 과정은 법원행정처의 협조를 받아 진행된 만큼 부적절한 행위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추가조사위는 설명했다. 또 기술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보안유지 조치도 마쳤다고 밝혔다.

추가조사위 관계자는 "컴퓨터를 인터넷망에 연결하지 않은 채 조사를 할 예정이고 주변에 공익근무요원을 배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며 "조사 장소에 의심이 생길 수 있는 일체의 기기를 휴대할 수 없도록 하고, CCTV 2대를 설치해 24시간 녹화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을 가진 판사들의 신상 자료를 따로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다.
올해 4월 대법원 진상조사위가 `사실무근`으로 결론내렸지만 핵심 물증인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지난달 추가조사 결정이 내려졌다. 그만큼 문제의 신상 자료가 진짜 있는지 밝히려면 컴퓨터 속 파일 검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컴퓨터 사용자들이 끝까지 파일을 열어보는데 동의하지 않고 있어 한 달가량 추가조사는 진척을 못 봤다.
동의 없는 파일 열람은 위법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법원 일각에서 제기되더니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이 최근 당사자 동의 없이 컴퓨터를 개봉하면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논란이 고조됐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조사위가 비록 조사대상과 방식을 대폭 제한해 파일 열람에 나섰다고 해도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고 조사를 개시하기로 한 것이어서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위법소지 논란이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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