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지법 배심원, 금융사기·공모 등 유죄 판단…터키 외교부 "내정 간섭"
이란이 미국 제재를 따돌리도록 도운 혐의로 기소된 터키 국영 은행 부사장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이 3일(현지시간) 일제히 전했다.
이번 재판에 줄곧 반발한 터키는 평결이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뉴욕남부(맨해튼)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터키 할크방크 부사장 메흐메트 하칸 아틸라에게 적용된 6개 혐의 가운데 돈세탁 혐의를 뺀 금융사기와 공모 등 5개 혐의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선고는 4월 11일 내려진다.
아틸라는 이란계 터키 금 거래상 레자 자라브 등과 짜고 금과 식량 거래로 위장해 이란으로 에너지 판매 자금 이전을 도운 혐의를 받았다.
앞서 작년 9월 미국 연방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병을 확보한 아틸라와 자라브를 포함해 총 9명을 기소했다. 자페르 차을라얀 전 터키 경제장관과 쉴레이만 아슬란 전 할크방크 은행장도 피고에 포함됐다.
자라브는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에 협력, 법정에서 핵심 증인으로서 아틸라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자라브는 또 차을라얀 전 장관을 비롯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당시 총리 정부의 장관들에게 거액을 뇌물로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비롯해 터키정부는 초기부터 이번 사건이 정치적 의도로 조작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기소 직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작년 10월 터키 주재 미국대사관의 비자업무 중단과 함께 터키리라화를 역대 최저치로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날도 유죄 평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터키 리라화는 0.5% 하락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평결 이튿날 터키정부는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했다.
터키 외교부는 "미국 법원은 정치적으로 악용할 목적으로 조작된, 소위 `증거`라는 것에 근거해 유례 없는 방식으로 터키의 내정에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 법원이 비현실적인 혐의를 주장하는 `귈렌주의` 가담자의 영향을 받아 사법절차의 신뢰도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귈렌주의는 터키정부가 2016년 쿠데타 모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가르침을 뜻한다.
터키 외교부는 또 "이번 평결이 부당하고 불행한 일"이고 "법의 수치"라고 비난을 퍼붓고, 판결에서 뒤집히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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