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이 정한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 입원실 형태로 중환자를 수용했기 때문인데, 이런 사정은 지방 중소병원·요양병원도 마찬가지여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불이 난 5층 규모 세종병원 3층에는 중환자 일부를 수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지만 세종병원에는 화재 등으로 인한 불시 정전에 대비한 `무정전 시스템`이 전무했다.
중환자실이 아니라 일반 병실에 중환자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병원이 중환자실을 설치·운영하려면 반드시 무정전 시스템을 갖추고 전담의사와 전담간호사(간호사 1명당 연평균 1일 입원환자 수 1.2명 담당)를 두는 등 의료법상 시설규격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만 세종병원의 경우 중환자실 운영 신고를 하지 않고 중환자를 `집중치료실` 형태로 수용했다. 이 때문에 무정전 시스템, 최소 의료인 확보 기준 등 의무사항에서 모두 비껴갔다.
중환자는 이번 화재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한 중환자 3명은 이번 화재로 모두 숨졌다.
나머지 사망자 대부분이 화재 연기 흡입으로 숨진 것과 달리 이들의 경우 목 등에서 그을음이 발견되지 않아 화재 직후 정전으로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앞서 해당 병원을 운영하는 손모(56) 효성의료법인 이사장 역시 병원에 사실상 중환자실 형태로 운영하던 공간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손 이사장은 지난 26일 "(세종병원) 중환자실에 산소라든지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분들이 정전이 되면 작동하는 게 전부 멈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유사시 병원에서 안전에 가장 취약한 중환자들에 대한 보호 체계가 전무한 점이 또다른 사상자 증가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중환자실 신고를 하지 않고서 입원실에 중환자를 수용해 사실상 중환자실로 운영하는 이런 사정이 다른 지방 중소병원·요양병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중소병원의 경우 의료법상 중환자실 규격을 맞출 여건이 안되다보니 (일반 입원실이지만) 집중회복실이나 회복실 등 이름으로 중환자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과적으로 (안전시설·인력 면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중환자실로 운영할 경우 서비스 이용자인 환자·보호자 측면에서도 부담이 덩달아 커지기 때문에 사회적·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고민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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