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와 관련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방식이 적정한지에 대한 점검에 본격 나서면서 업계가 시끄럽습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박승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금융당국의 점검에 앞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의 현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제약·바이오 업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대표적 업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6년 말 기준 제약·바이오 상장사 152개사 중 55%에 해당하는 83개사가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하고 있습니다.
무형자산으로 계상된 잔액은 1조5천억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코스닥 기업들의 계상 금액이 1조2천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데요.
상장사들의 총 자산 대비 연구개발비 잔액 비중이 대략 1% 미만인데 반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비중은 4%에 달합니다.
<앵커>
이제 본격적인 내용에 대해 알아보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건 업권의 특성일 수 있는데, 이게 왜 논란이 돼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서는건가요?
<기자>
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자의적으로 회계처리해 재무정보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점검의 실시 배경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비 자체를 무형의 자산으로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잡게 되면 회사의 영업이익은 늘어나게 됩니다.
특히, 신생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이 우량 기업으로 보이기 위해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포함시키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신약 개발이 실패할 경우 자산으로 잡은 연구개발이 순식간에 손실로 바뀔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즉, 연구개발비 손실이 급격한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가운데 자산으로 잡은 연구개발비가 손실로 바뀌어 투자자가 피해를 본 사례가 있나요?
<기자>
네. 한미약품이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난 2016년이었죠. 당시 한미약품은 연구개발비 516억원을 자산으로 인식했다가 연말 455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손실로 처리했습니다.
자산이 한 순간에 손실로 둔갑되면서 당시 한미약품의 당기순이익은 1,300억원에서 39억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실적 급감은 고스란히 주가에도 반영됐는데요.
지난 2016년 초 67만원대였던 한미약품의 주가는 2017년 초 30만원대로 반토막이 났고, 이는 곧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앵커>
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는 어떤가요? 우리나라 기업들과는 차이가 있나요?
<기자>
네. 이런 불안 요소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나 스위스의 노바티스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 즉, FDA의 승인을 받은 이후에 발생한 연구개발 비용만 자산으로 처리합니다.
이 가운데 노바티스의 경우 2015년 사업보고서에서 연구개발비 98억1,600만달러, 우리 돈 약 11조원 가운데 9%만 자산으로 처리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해외와 우리나라 기업들간 회계 처리가 확연히 다르면서 해외에서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회계처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요.
최근이었죠. 독일계 증권사 도이치방크는 셀트리온의 연구개발비를 글로벌 제약사 기준대로 회계 처리하면 2016년 57%대인 영업이익률이 35%가량으로 내려온다고 주장했습니다.
연구개발 비용을 판매비와 관리비 내 경상연구개발비로 나눠 영업이익을 산출하지 않고 무형자산 내 개발비로 분류하는 방법으로 영업이익 감액 요인을 제거했다는 게 요지입니다.
<앵커>
금융당국의 점검 소식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이런 소식에도 제약·바이오주들은 개장초 약보합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반등하며 급등세를 보였는데요.
금융당국발 부정적인 뉴스보단 셀트리온의 코스피 200 편입이란 호재가 투자심리를 부추긴 겁니다.
실제 지난달 29일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보다 9.43% 급등한 32만8,3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6.88% 올랐습니다
바이로메드, 티슈진, 셀트리온제약 등 코스닥 바이오 기업들 역시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이번 금융당국의 점검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네. 업계는 금감원의 집중 점검 소식에 긴장하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내는 모양새입니다.
외국과는 다른 국내 기업들의 현실을 이해하는 게 우선인데, 이런 이해 과정 없이 바로 점검에 나서는 게 부담이라는 건데요.
실제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투자 여력이 많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임상 1,2단계에서 중단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어 이 단계까지는 비용으로 처리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임상1상부터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합니다. 특히, 임상3상에 돌입하면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하기 때문에 기대 성공확률도 그만큼 높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기업들마다 의약품이 다르고, 개발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천차만별인 상황인 만큼, 금감원의 감리 과정에서 당국과 업계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논란과 이에 따른 금융당국의 점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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