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굿바이 마담 옐런

입력 2018-02-01 16:10  

    시장을 향한 신선한 시각……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굿 바이 마담 옐런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투자자 여러분 자 이제 2월이 시작됐습니다. 2018년의 첫 한 달의 끝은 우리는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액면분할 소식에 다소 묻힌 것 같습니다만 지난 4년간 늘 우리 곁에 있었던 한 사람과 이별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미국 연준의장 자넷 옐런의 마지막 FOMC가 끝났죠? 지난 4년간 무수히 많은 시간을 그녀의 정책과 연설 하물며 그녀의 인터뷰에 쓰인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어서 해석하고 분석하는 게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그 만큼 그녀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그야말로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었습니다.

    자넷 옐런의 4년간 나스닥 지수가 97%나 올랐고 다우지수도 67%가 올랐습니다..미국 경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고용은 완전 고용에 가까울 만큼 좋아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난 2014년 12월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점진적으로 금리인상을 해왔고 작년에는 연준의 자산 축소를 시작했습니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벤 버냉키가 처방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극약처방을 끊고 이제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한 연준 의장으로 평가할 만 합니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이 경제학자와 경제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걸 보면 조사대상의 60%가 A학점을 줬고 30%가 B학점을 줬더군요.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그녀의 4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얘깁니다.

    과연 무엇이 그녀가 이런 호평을 받게 하고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게 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예측 가능한 정책과 시장과의 친절한 소통이었습니다. 그녀는 마에스트로 그린스펀의 카리스마도 없었고 헬리콥터 벤이라 불린 버냉키의 결단력과 민첩함도 없는 듯 했지만 서둘지 않았고 시장에 줄 수도 있는 충격을 극도로 줄여가면서 대다수 시장 참여자들이 연준의 통화정책을 예상할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중앙은행이 해야 할 일을 늦추지 않는 유연함과 강인함을 함께 보여줬습니다. 그녀는 유연했지만 원칙을 지켰고 드러내놓고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그 권위를 인정했습니다. 사려 깊고 친절했으며 공정했고 지나서 보니 누구보다도 지적이었고 능숙한 중앙은행가였습니다.

    자넷 옐런을 위한 헌사는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자넷 옐런의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어쩌면 주식 투자자에게 있어 친절한 금리의 시대가 끝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밀히 말해 자넷 옐런이 시장에 친절했던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재임한 4년은 연준이 비교적 온건하고 친절한 금리정책을 써야 했던 시기였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입니다.

    성장은 그런대로 좋은데 물가가 오르지 않는 미국 경제를 보면서 경제학자 옐런은 그녀의 임기 후반부를 상당한 고민으로 지냈을 겁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치던 현실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녀가 임기를 마감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제는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거였습니다. 만약 자신이 한번 더 임기를 가졌더라면 지금처럼 조심스럽게 금리를 올리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우리는 후임자인 제롬 파월의 성향을 주로 얘기합니다. 그는 분명한 비둘기파고트럼프의 사람이기에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들을 많이 합니다. 물론 일견 타당합니다. 사람의 성향이라는 건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적어도 미국 연준의 수장이 될 정도라면 미국 경제를 보는 안목과 대응이 그저 그의 성향에서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임명되기 전의 평과 연준 의장이 된 후의 평이 비슷했던 연준의장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자넷 옐련이 의장을 시작했을 때 이렇게 온화한 카리스마를 인정받으며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습니다. 밴 버뱅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롬 파월은 분명 자넷 옐런 보다 덜 친절할 겁니다. 그의 성정이 그렇다는 것이아니라 지금 연준이 인식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상황이 연준이 마냥 친절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떠나는 자넷 옐런에게 보내는 헌사는 어쩌면 그녀의 시대를 다시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 부질없는 바램과 앞으로 닥쳐올 다소 불친절하거나 덜 능숙한 시대에 대한 걱정의 감정이 섞인 애절한 마음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의연하게 보내야겠죠? 굿 바이 마담 옐런, 행운을 빕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한국경제TV  제작1부  박두나  PD

     rockmind@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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