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영장없이 압수·수색·체포·구금 가능,집회 제한…관광객 피해 우려
`몰디브 비상사태`…국내 여행업계 "아직 영향 없어"
외교부 "몰디브 한국인 여행객에 말레섬 방문 자제 요청"
몰디브 비상사태로 국내 여행업계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인기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가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 이후 대법원장과 전직 대통령 등이 잇따라 체포되는 가하면 시위가 격렬해지는 등 극심한 정국 혼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
6일 영국 BBC방송,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은 보름동안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조치로 법원의 영장 없이 압수, 수색, 체포, 구금이 가능해지는 등 경찰권이 강화됐다. 또 집회의 자유가 제한됐으며 공항에서의 짐 검색도 강화됐다.
비상조치 선포 후 경찰은 대법원으로 출동해 압둘라 사이드 대법원장과 알리 하미드 대법관을 체포했다. 이들이 무슨 혐의로 체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또 1978∼2008년 30년 동안 몰디브를 통치한 마우문 압둘 가윰(80) 전 대통령을 수뢰와 국가전복 음모 등 혐의로 체포했다. 가윰 대통령은 야민 현 대통령과 이복형제 사이지만, 최근 현 정권을 비판하며 야민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야당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몰디브 대법원은 2015년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이듬해 영국으로 망명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과 현재 수감중인 다른 야당인사 8명에 대한 재판이 부적절한 정치적 영향을 받았다면서 지난 1일 이들의 석방과 재심을 명령했다.
대법원은 또 집권당인 몰디브 진보당에서 탈당해 야당으로 옮겼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 12명의 의원직 복직도 명령했다.
이에 대해 야민 대통령 측이 대법원 결정 이행을 거부하면서 몰디브의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몰디브 수도 말레에서는 대법원 결정이행을 촉구하는 야당 지지자들의 시위가 연일 개최됐다.
2015년 나시드 전 대통령 체포가 적법절차에 어긋난다며 비판해온 미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몰디브 정부에 대법원 판결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위터에 "세계가 보고 있다"며 "몰디브 정부와 군부는 법치주의와 표현의 자유, 민주적 제도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몰디브의 민주적 기구가 입은 피해와 의회 절차의 남용을 깊이 우려한다"면서 야민 대통령에게 비상사태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당장 이번 몰디브 사태로 관광업에 의존하는 몰디브의 경제는 타격이 예상된다. 이미 미 국부무는 지난달부터 몰디브를 여행하는 국민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도 지난 2일 수도 몰디브 말레 방문객들에게 "시위나 집회를 피하라"는 경보를 내렸다.
중국은 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몰디브 전역을 피할 것을 권고했으며 인도도 외교부 성명을 내고 필수적이지 않은 몰디브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처럼 인기 신혼여행지인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의 정국 혼란에 따라 여행을 앞둔 사람들의 고민이 커졌다. 그러나 국내 여행업계는 아직 몰디브와 관련해 여행 취소 등의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일반 관광객들은 몰디브 수도인 말레 섬에 갈 일이 아예 없다"며 "2015년에도 국가 비상사태가 있었는데 그때도 여행객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몰디브 정국 혼란에 따른 시위는 몰디브 말레와 현지인들이 사는 곳에 한정돼 있다"며 "여행객은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수도로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몰디브 관광청도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관광 관련 모든 기능(공항, 수상비행기, 선박, 숙박 등)은 평상시와 같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공문을 여행사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몰디브 관할 공관인 주 스리랑카 한국 대사관은 "비상사태 선포로 사전영장 없이 수색·압수·체포·구금이 가능하고 공항에서의 짐 검색이 강화된다고 하니 몰디브 거주 교민과 여행객께서는 수도 말레 섬으로의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하게 이동할 때는 정치적 언행을 삼가고 현지인들의 데모, 집회장소나 밀집장소에는 출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외교부도 몰디브의 정국 혼란 상태와 관련해 우리 여행객의 수도 말레섬 방문을 자제토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6일 "몰디브 관할 공관인 주스리랑카 대사관이 몰디브 정부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직후 몰디브 내 영사협력원과 함께 현재 현지에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신변을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이어 "또 몰디브 소재 우리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통해 우리 여행객들이 말레섬 방문을 자제토록 요청했다"면서 "공관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노 대변인은 "앞으로도 몰디브 내 정세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몰디브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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