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립니다.
그런데 이 국민청원이 의도와는 달리 자칫 기업을 흠집내는 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신인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글입니다.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LG이노텍에서 계약직의 식사시간은 방진복 갈아입기도 빠듯한 40분, 게다가 설 상여금을 지급하기 전 일방적인 통보로 계약이 해지됐다는 내용입니다.
억울한 계약 해지를 당했으며, 비정규직도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는 이 국민청원은 일주일 새 1,100명이 넘는 동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제부총리가 직접 구본준 부회장을 칭찬하며 비정규직 상생 모범으로 꼽힌 LG그룹으로서는 뼈아픈 사안입니다.
이에 대해 LG이노텍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청원 내용이 다소 부풀려지고 왜곡됐다는 것입니다.
우선 생산직 식사시간 40분의 경우, 3조 2교대, 매일 12시간 근무하는 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그 대신 15분의 쉬는 시간을 별도로 주고 있는 만큼 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는 게 LG이노텍의 설명입니다.
또 설 상여를 비정규직에게 주지 않으려고 명절 전에 계약을 해지한 것 아니냐는 국민청원 내용은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LG이노텍은 용역을 통해 계약직을 관리하는 구조가 아닌 직접고용 형태로 인력을 운영합니다.
입사할 때 작성하는 근로계약서에는 모든 근로자마다 계약 종료 시점이 명시되어 있고, 올해 정해진 기간보다 앞서 해고하는 등의 계약 해지 행위는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물량이 하반기에 몰려 연초에 계약이 종료되는 단기계약직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임금 차별이 없고 복지도 동등한 대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일방의 주장을 여과없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한 국민청원 특성상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올라오더라도 기업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기업으로서는 국민청원으로 잘못된 사실이 올라오더라도 당장 청와대에 정정을 요청할 수도 없어 난감할 뿐입니다.
정부가 반기업 정서를 방조하고, 국민청원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기업 흠집내기에 앞으로도 제2, 제3의 LG이노텍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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