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건설업계 3위인 대우건설의 인수자로 선정된 지 9일만에 공식적으로 포기 선언을 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해외부실이 터지면서 발을 뺀 건데, 대우건설 매각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습니다.
이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우려를 받아온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결국 무산됐습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9일만에 공식적으로 인수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 13위가 3위를 인수하는 초유의 인수·합병건은 도장도 찍기 전에 없던 일로 돌아갔습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하기 어려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것은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몰랐던 대규모 해외부실 영향이 컸습니다.
대우건설은 어제 모로코 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해 3천억원의 잠재 손실을 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숙고 끝에 인수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반건설 한해 매출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해외부실이 갑자기 터지자 다른 해외 사업장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이유에 섭니다.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금호그룹 같은 '승자의 저주'를 당하기 전에 싹을 잘라버린 셈입니다.
결국 8년만에 인수·합병 시장에 등장한 대우건설의 매각 작업은 또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습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흥행이 부진했던 매각 작업이 결국 실패로 돌아간데다 추가 부실의 위험을 짊어질 새주인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도 인수·합병 시장에서 다시 한번 굴욕을 겪으며 '이름 값을 못한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한국경제TV 이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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