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택시요금을 연내 인상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인상 비율은 15∼25%, 시기는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했을 때 올 하반기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서울시의회·서울시·택시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연말 도시교통본부 소속 공무원은 물론 택시 노사, 전문가, 시민사회 등으로 이뤄진 `택시 노사민전정 협의체`를 꾸려 이 같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가 5년 만에 택시요금에 손을 댄 것은 최근 물가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현 요금 체계 아래에서는 택시기사의 최저생계비조차 맞추지 못한다는 문제 인식 때문이다.
시가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 시내 법인택시 운전자의 월평균 수입은 약 217만원 정도로, 시내버스 운전자가 매달 벌어들이는 303만원의 60% 수준에 그쳤다. 올해 4인 기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게다가 시간당 최저임금 역시 지난해 6천470원에서 올해 7천530원으로 16.4% 올라가면서 요금 인상 압박이 거세졌다.
택시업계에서는 지난 수년간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최저임금을 `겨우` 맞춰왔다. 그러나 택시업계와 노조는 이 같은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여건을 보장하려는 최저임금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관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요금 인상밖에 답이 없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시는 이에 따라 사법부가 채무자 회생 신청 시 `인간다운 생활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으로 제시한 268만원을 적용해 지금보다 월 50만원가량 택시기사의 수입을 늘려주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월수입 50여만원 증대를 위해서는 요금이 15∼25% 인상돼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었다"며 "구체적인 인상 폭은 추후 논의와 조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기본요금을 3천원에서 최대 4천500원까지 올려 25%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는 1안과 기본요금은 3천원에서 3천900원으로 15%가량 올리되, 택시기사가 회사에 내는 사납금을 동결시켜 실질적인 소득 증대로 이어지게 하는 2안을 두고 검토와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 택시요금은 2㎞까지 적용되는 기본요금 3천원과 142m 혹은 35초마다 100원씩 가산되는 거리·시간 요금 체계로 이뤄져 있다. 결국, 15∼25%라는 인상분을 두고 기본요금과 거리·시간 요금에 각각 얼마씩 반영하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기본요금 인상액은 달라진다.
이와 더불어 현재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요금을 20% 더 받게 돼 있는 할증 시간을 확대해 승차거부를 줄이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할증 시작 시각을 오후 10∼11시로 당겨 이때부터 할증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안이다.
또 민관 협력 거버넌스 조직인 `택시센터`를 만들어 택시 관련 행정을 맡기는 방안, 빅데이터를 토대로 수요가 많은 지역을 찾아내 기사에게 알려주는 `AI(인공지능) 택시` 도입,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앱 미터기` 도입 등 택시산업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체 위원들은 대체로 택시기사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는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는 하반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택시요금을 인상하려면 시민 토론회, 시의회 의견 청취, 택시정책 위원회 개최, 물가대책위원회 개최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올 상반기에 모두 해내기에는 일정상 빠듯하기 때문이다.
시는 협의체가 다음 달께 최종안을 내놓으면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정책 검토에 나설 방침이다. 이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추진하면서 각계 전문가로 이뤄진 `광화문포럼`을 꾸리고, 이들이 내놓은 제안을 시가 받아들였던 과정과 유사하다.
한편, 택시요금이 시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요금 인상과 맞물려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승차거부 근절을 위한 강력한 대책도 추진된다.
시는 승차를 단 한 차례라도 거부하면 최소 10일 이상의 자격정지 `철퇴`를 내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고심 중이다. 자격정지 10일을 받으면 월평균 70만원 이상의 수입을 잃는 데다가 과태료 20만원까지 내야 하므로 택시기사에게는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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