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강원도까지 퍼졌다.
강원도 평창 출신 신은혜(45·여) 미술작가는 2일 `한지 작가` 함섭(76)씨의 성추행 시도를 고발했다.
신씨는 이날 오전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년 전 겪은 `끔찍한 기억`을 끄집어내 미술계에서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일을 털어놨다.
신씨는 "2011년 봄, 개인전 2번을 끝내고 해외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고 싶은 생각에 조언을 받을 사람이나 기관을 찾던 중 지인 소개로 함섭 작가를 소개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씨에 따르면 당시 미팅 장소는 함섭 작가의 작업실이었다. 그는 오르막 산길을 따라 들어간 작업실을 구경하고, 작업실 옆 작가의 집 거실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신씨는 자신의 전시 리플렛을 보여주며 "함섭 선생님이 해외에 자주 전시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저도 전시할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함 작가의 대답은 "아내는 주말에 가끔 와서 있다가 가고 평소에 혼자 지낸다. 서울에서도 손님들이 많이 오는데 그중에 유명인도 있다. 가끔 나하고 성적인 관계도 하는데 너도 할래?"였다.
함 작가는 신씨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옷을 벗었고, 하얀 반소매 러닝셔츠가 드러났다.
순간 정신이 아찔했던 신씨는 대답도 못 한 채 몇 초간 멍한 상태로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를 그 상황에서 탈출시킨 것은 마침 함 작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였다.
함 작가는 전화를 받고는 `다음에 보자`며 옷을 챙겨 입었고, 신씨는 무사히 작업실을 빠져나왔다.
신씨는 이후 모 단체협회장이라면서 개인전에 손님을 데리고 와 작품을 깎아내리고, 미술계에서 활동하려 하면 자신을 배제했다고 주장하며 이후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굳이 지나간 일을 들춰내 제2의 상처를 받기 싫었다. 그러나 지난 악습을 해체하고 새롭게 하는 일 또한 나의 작업 모토였고, 예술가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미투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함 작가는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없다. 도움받으러 온 사람에게 초면에 그런 짓을 하겠느냐"고 부인하며 "피해자와 다 같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밝혔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