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가톨릭 수녀들이 교회 안에서 노예와 비슷한 상태에서 허드렛일을 감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일 발간된 교황청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산하 월간 여성지인 `여성 교회 세계` 3월호는 너무나 많은 가톨릭 수녀들이 추기경, 주교 등 고위 성직자들과 지역 교구를 위해 요리와 청소, 다림질과 같은 일들로 착취당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 잡지는 `수녀들의 (거의) 공짜노동`이라는 기사를 통해 마리아라는 가명을 붙인 한 수녀를 인용, 일부 수녀들이 고위 성직자들에게 아침을 준비해주려 새벽에 일어나고, 저녁을 차려준 후에야 잠을 잘 수 있으며, 청소와 세탁물 다림질까지 도맡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아 수녀는 "일하는 시간과 봉급이 정해져 있는 일반 직원들과 달리 수녀들은 임의로 정해지는, 통상 매우 적은 돈을 받고 이런 종류의 봉사를 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들이 그들 안에서 매우 강한 내적인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기경과 주교들을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장시간 고된 일을 하면서도 식탁에 같이 앉아 빵을 나누자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눈에는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이지만 수녀들은 구체적인 삶이 그렇지 않아 큰 혼란과 불편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수녀는 신학 박사 학위를 지니고 있을 정도로 학식이 뛰어나고, 포부가 큰 수녀들조차 어느 날 식사 준비와 설거지 등 가사에 배치되는 등 수녀들의 자질과 능력은 가볍게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이 수녀는 "이 모든 일은 여성이 남성보다 덜 중요하고, 특히 교회 내에서 신부는 절대적이지만, 수녀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사고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8월 여성 부제 허용 여부를 검토하는 위원회를 교황청 내에 창설하는 등 즉위 이래 가톨릭 교회 안에서 여성의 지위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천주교에서 부제는 사제를 보좌해 유아 세례, 혼배 미사, 미사 강독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직책으로, 사제처럼 성체 성사나 고백 성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교황은 그러나 여성이 사제가 되는 길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앞서 교황은 2016년 5월 각국 수도원 대표들이 참석한 알현에서 수녀들의 노동과 관련한 구체적 지론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성직에 임명된 여성들이 봉사가 아닌 노예노동을 하는 걸 자주 봤다"며 상급자들이 봉사보다 노예노동에 가까운 것을 요구하면 `싫다`고 말할 용기를 낼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수녀들이 노예노동을 하라고 지시를 받을 때 삶과 여성의 존엄성은 훼손된다"며 "수녀의 소명은 봉사, 교회에 대한 봉사이지 노예노동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당시 가톨릭에 여성 부제를 두는 게 가능한지 연구해보겠다는 발언의 파급력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폭로기사를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NYT는 교황의 이 같은 문제 제기와 우려가 아직은 가톨릭 내에서 구체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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