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법 폐기' 후폭풍 오스트리아 극우 지방선거 참패

입력 2018-03-05 20:55  

최근 대선과 총선에서 승승장구했던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이 잇따라 지방선거에서 패했다고 공영 ORF 등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전날 남부 케른텐 주에서 치른 주선거에서 자유당은 23.3%의 득표율을 기록해 47.6%를 기록한 사회민주당에 크게 뒤진 2위에 그쳤다.
자유당은 2013년 주 선거 때보다 6.5% 지지율이 오르기는 했지만, 애초 기대했던 25%를 넘기지 못했고 작년 총선 득표율도 밑돌았다.
사민당 소속 페터 카이저 케른텐 주지사는 이날 정당 투표 외에 직접 후보를 선택하는 투표에서는 54%의 지지율을 얻었다. 국민당 지지자의 17%, 자유당 지지자의 4%도 그를 지지했다.


케른텐 주는 자유당의 색채를 선명하게 드러냈던 극우 정치인 외르크 하이더가 주지사를 지냈던 곳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자유당은 이곳에서 31.8%의 득표율을 기록해 전체 9개 주 가운데 유일하게 1위를 차지했다. 총선과 이번 지방선거를 비교하면 민심의 이반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한 자유당은 하이더가 당수로 있던 2000년 우파 국민당과 전격 연정을 꾸리면서 처음 주류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1999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된 사민당을 배제하고 두 정당이 꾸린 연립정부는 극우 정당이 집권하는 선례를 남기면서 유럽에 충격을 줬다.
하이더가 2008년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자유당은 쇠락했다가 2016∼2017년 난민 이슈를 발판 삼아 대선 결선투표에 후보를 진출시켰고 지난해 총선에서는 제3당이 되며 제1당인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꾸렸다.
하지만 자유당은 올해 5월 시행을 앞둔 식당·주점 실내 금연법의 폐기를 주도하면서 잇따라 선거에서 쓴맛을 보고 있다. 올 1월 니더외스터라이히 주에서도 자유당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총선 때 이곳에서 26.8%의 득표율을 보였던 국민당은 15.3%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46만 명이 반대 청원을 했는데도 대안없이 자유당의 금연법 폐지를 묵인했던 국민당도 제대로 역풍을 맞은 셈이다.
카이저 주지사는 ORF에 "선거 결과에 매우 행복하다. 조만간 다른 정당들 대표와 함께 주 정부 구성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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