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제자들을 수차례 성폭행·성희롱한 혐의로 기소된 시인 배용제(54)씨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김우수 부장판사)는 6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배씨의 선고 공판에서 검사와 배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8년과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진술과 객관적인 증거들을 보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형량에 대해서도 "여러 양형 사유를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선고를 마친 재판부는 배씨에게 "피고인은 강력하게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지만, 본인의 여러 가지 범행 내용에 대해 향후에 깊이 생각하고 많은 반성을 하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배씨는 2012∼2014년 자신이 실기교사로 근무하던 경기 한 고교의 문예창작과 미성년자 여학생 5명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1년 학교 복도에서 한 여학생이 넘어지자 속옷이 보인다고 말하는 등 2013년까지 총 10여 차례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총 19건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중 2건은 피해자가 당시 18세를 넘어 아동복지법상 아동이 아니었거나 성적인 표현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수시전형을 통해 주로 입시를 준비했던 학생들은 배씨의 영향력 때문에 범행에 맞서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시전형으로 입학하려면 문예창작대회 수상 경력이 중요한데, 실기교사인 배씨에게 출전 학생을 추천할 권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씨는 평소 "내게 배우면 대학에 못 가는 사람이 없다. 나는 편애를 잘하니 잘 보여라"거나 "문단과 언론에 아는 사람이 많다. 사람 하나 등단시키거나 문단 내에서 매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며 영향력을 과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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