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능테이너 이승기 “이제는 즐길 줄 알아요. 올해는 타이트하게 달리고 싶어요”

입력 2018-03-12 07:55  




그야말로 승승장구다.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자타공인 만능테이너 이승기가 스크린까지 섭렵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승기는 영화 ‘궁합’(홍창표 감독)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궁합’은 지난 2013년 개봉해 91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 사극 ‘관상’ 제작진의 두 번째 역학 시리즈. 연기 경력에 비해 영화 경험이 비교적 적은 이승기이지만 베테랑 제작진과의 호흡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매력적인 모습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입대 전 찍었던 작품이라서 지금 하는 것들과 달라 보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두 번째 영화예요. 아직 영화에 대해 잘 몰라서 스크린에 나오는 내 얼굴이 어색하고 신기해요. 젊은 배우들이 재밌게 호흡을 맞췄어요. 즐겁고 재밌게 많은 것을 찍었어요.”

‘궁합’은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이승기)이 혼사를 앞둔 송화옹주(심은경)와 부마 후보들 간의 궁합 풀이로 조선의 팔자를 바꿀 최고의 합을 찾아가는 내용을 그리며 관객들에게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웃음을 전달한다.

“시나리오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관상’ 제작진과 한다는 신뢰도 있었고요. 사극에 대한 장르는 항상 해보고 싶었어요. 사극인데도 액션이나 추격전, 멜로까지 버라이어티하게 소화해 담은 것도 ‘궁합’의 장점이에요.”

두 번째 역학 시리즈 ‘궁합’은 대국민적 공감 소재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태어난 년, 월, 일, 시에 따라 사람의 타고난 음양오행이 정해지고 그로 인해 운명, 성격, 서로의 합을 판단하는 사주와 궁합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각자의 기구한 운명부터 각기 다른 사주가 만나 생기는 시너지, 사주팔자에 얽힌 관계 등을 허구의 픽션이 아닌 실제 역학을 해석해 만들어 재미를 더한다.

“‘궁합’은 재밌고, 젊고, 따뜻하고, 유쾌한 영화예요. ‘관상’ 같은 영화를 기대한다면 충족하지 못 할 거예요. 따뜻한 날에 저희 영화를 보면서 재미도 얻고, 메시지 있는 영화를 보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영화 ‘오늘의 연애’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승기의 활약이 상당히 돋보인 ‘궁합’이다. 자신의 사주팔자도 모르면서 남의 운명을 읽는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을 연기한 이승기는 역술 장인으로 느껴질 만큼 완벽한 싱크로율로 극을 이끈다. 전보다 더 유려해진,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한 그는 ‘관상’을 진두지휘했던 송강호의 역할을 ‘궁합’에서 제대로 소화했다.

“서도윤은 우직하게 하나를 하는 캐릭터에요. 저와 비슷하죠. 하지만 성격적인 진중함은 반대에요. 오히려 성격은 ‘화유기’ 손오공 캐릭터가 비슷해요.”

제작부터 개봉까지 2년 5개월. 당초 이승기는 군대에 가기 전 마지막 작품으로 ‘궁합’을 찍었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며 ‘궁합’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개봉이 연기되면서 이승기가 전역하게 되면서 ‘궁합’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주연배우의 복무기간 동안 여유롭게 후반작업을 거친 덕분인지 미술과 의상 음악에까지 상당한 공을 들인 흔적도 엿보인다.

“언제까지 ‘국민 남동생’ 이미지로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군대에서 몰입하고 즐겁게 생활했어요. 훈련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보니 ‘뭐든지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대중의 앞에서 평가를 받을 때는 제 맘 같지는 않더라고요. 자만하려고 해도 브레이크를 걸어주시더라고요. 결과물과 별개로 늦게 개봉을 했기 때문에 사실은 핑계거리가 있는 영화죠. 첫 주 스코어가 좋았어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스코어가 더 나오면 완전 감사하죠.”

제작 단계부터 심상치 않은 흥행 기운을 예고한 ‘궁합’은 배우들의 찰떡궁합도 빠질 수 없다. ‘관상’이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등 충무로 베테랑들을 대거 기용해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면 ‘궁합’은 스토리에 맞게 충무로를 이끌 차세대 핫스타인 이승기, 심은경, 연우진, 강민혁(씨엔블루), 최우식, 최민호(샤이니), 조복래 등을 캐스팅해 중·장년층 관객뿐만 아니라 1020 젊은 관객까지 좀 더 폭넓은 관객층을 겨냥했다.

“잘 되는 영화에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존재해 왔어요. ‘궁합’은 풋풋하죠. 부마 후보들이 연륜이 묻어나기 보다는 풋풋함 그 자체죠. 그것이 우리 영화가 가져가는 것이에요. 연기적인 포스는 부족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현장이었어요. 동생으로 출연한 민호는 전형적인 아이돌 얼굴이에요. 민호의 강렬함과 선함이 좋아요. 외모적인 부분은 신경 안 쓰고 촬영했어요.”

이승기는 송화옹주 역의 심은경과 찰떡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며 특유의 로맨스를 펼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에서 진선미 역의 오연서와 ‘금강고 커플’로 멜로 라인을 펼틴 그는 ‘케미킹’답게 ‘궁합’에서도 심은경과 애틋한 멜로를 완성한다.

“심은경 씨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사람을 울컥하게 하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송화옹주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렸어요. 오연서 씨는 동갑이다 보니 얘기 나누기에 편했어요. 저는 상대여배우에게 많이 맞춰주려는 입장이에요. 상대방의 나이 보다는 그냥 상대성이 있는 것 같아요.”




제대 후 ‘궁합’으로 팬들과 만나기 전 tvN 드라마 ‘화유기’에 출연했다. ‘화유기’는 배우의 의지와 달리 뜻하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방송 초 불거진 논란과 사고에 대한 심적 부담은 없었을까.

“제 작품이기 때문에 좋은 이야기만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어요. 안타까울 따름이고, 발생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인재라는 게 어쩔 수 없죠. 우리 드라마를 계기로 해서 공론화 되어서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여러 가지 잡음이 있었던 드라마지만 고마운 작품이에요. 헤어스타일을 유행 시켜본 게 처음이에요. 꼬마들이 손오공 헤어스타일을 따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승기는 현재 출연 중인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를 통해 대중의 폭넓은 호감을 얻고 있다. 군 복무 공백이 무색할 만큼 광고계의 러브콜도 이어진다.

“예능으로 주목을 받았고, 거부감은 없어요. 웃음과 활기참은 나의 원동력이에요. 촬영을 하면서 기상천외한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아요. 예능의 영향력이 커요. 그만큼 예능이 힘들죠. 취향저격이 어려워요. 그렇다고 취향저격만 하다가는 시청률이 안 나오죠. 최고로 긴장하게 하는 존재가 시청자예요. 예전에는 우리가 부족한 것을 알아채는데 6개월 걸렸다면 요즘은 실시간이에요. 저도 남이 보기에는 성공한 사람인데, 저 자신은 자신이 없어요.”

전역 당시 “지겹도록 보게 해드리겠다”고 약속한 이승기는 자신의 약속처럼 연예계 전반을 아우르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처음보다 성장한 것이 많아요. 열심히 하고자 하는 열정이 넘치고, 여유가 생겼어요.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가 쌓여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즐길 줄 알아요. 30대가 저는 좋아요. 오랫동안 일을 해왔기에 거기서 쌓인 자신감도 있고, 다듬어 진 것도 있고. 초심을 잃지 않고, 잘 할 자신 있어요. 억지로 쉬고 싶지는 않아요. 일을 하면서 얻는 에너지가 있어요. 올해는 타이트하게 달리고 싶어요. 빠르면 이번 겨울에는 음반도 나올 것 같아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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