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훈 기자의 청와대는 지금] 문재인 정부 또 '인사참사'‥"촛불혁명 의미 되새겨야"

권영훈 기자

입력 2018-03-12 18:00   수정 2018-03-1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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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오늘(12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최 원장이 과거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대학 동기의 아들을 하나은행에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자진 사퇴한 거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인사 난맥상을 보였다. 여러 고위공직자 후보가 줄줄이 낙마하면서 `인사참사`란 지적까지 나왔다. 1기 내각 역시 6개월이 지나서야 완성됐다. 때문에 최흥식 금감원장 사퇴는 현 정부 입장에서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적폐에게 적폐청산을 맡기다니"

문재인 정부에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에게 맡겨진 첫번째 임무는 `금감원 개혁`이다. 각종 채용비리와 내규 위반 등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금감원 신뢰도가 땅에 떨어질 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취임사에서 "개미 구멍으로도 둑이 무너진다는 말처럼 구성원 개개인의 작은 일탈이 조직에는 치명적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고쳐나가는 고도의 자정능력을 토대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문화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금융권 전반의 채용비리 척결에도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1월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 국내 은행 5곳에서 22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에 대해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최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 채용에 대학 동기 아들의 이름을 은행 측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난 거다. 이를 접한 국민들은 황당하기 그지 없다. 채용비리의 당사자가 금감원과 금융권 채용비리 척결의 책임자였다는데 분개한다. 물론 최 원장은 사퇴하는 그 순간까지 채용비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진실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예고된 인사참사"‥靑 인사검증 도마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새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했다. 당시 금감원장 후보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과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각축을 벌였다. 그런데 김광수 전 원장이 거래소 이사장 공모에 지원하면서 김조원 전 사무총장이 유력했지만 시민단체 반발과 낙하산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자 예상을 뒤엎고 최흥식 원장이 내정됐다. 최흥식 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경기고 선배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도 측근으로 전해졌다. 1998년 최 원장이 금융감독위 구조개혁기획단 팀장으로 일하면서 충청은행 퇴출을 결정했다. 김승유 당시 하나은행장이 충청은행을 인수하면서 친분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노조는 최 원장 내정 소식 이후 줄곧 강하게 반발했다.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에 대해 금융위 허수아비로 전락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하나은행이 최순실, 정유라 불법대출에 관여한 만큼 감독기구 독립성을 헤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은행 채용비리 조사 과정에서 최 원장의 비리의혹이 드러났다. 하나은행과의 질긴 인연이 악연이 된거다. 그리고 최 원장에 대한 금감원 안팎의 우려가 현실이 된거다. 나아가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정의로운 나라 `공정한 인사`가 기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9일 취임 일성으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란 얘기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정유라 특혜 논란이 2016년 겨울, 촛불혁명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대학과 직장에 들어가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 누군가는 노력 없이 들어갔다는 사실은 국민 전체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가뜩이나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채용비리는 우리 청년들에게 허탈감과 분노만 가중시키고 있다.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공정한 인사는 기본 중 기본이다. 문재인 정부의 탄생 배경이 촛불혁명이란 점을 청와대와 정부, 공공기관 모두가 되새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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