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자문특위)가 만든 개헌 자문안을 받아들면서 `개헌안 발의권 행사`라는 결단이 초읽기 수순에 들어간 모양새다.
지지부진한 여야의 합의를 바라보다가 개헌의 시기를 놓치기보다는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공약을 관철하는 노력을 최대한 하는 동시에 국회를 압박함으로써 개헌 동력을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헌 자문안을 만든 자문특위 위원들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강하고 분명한 어조로 조목조목 개헌의 당위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의 핵심이 될 권력구조 개편 이야기부터 직설적으로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의회·정당제도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국회 쪽에 많은 권한을 넘겨서 국회의 견제·감시권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온 대통령 중임제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셈이다. 자문안에서는 이것이 `대통령 연임제`로 정리됐다.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고 연임제를 채택해야 할 이유도 선명하게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중 3번의 전국선거를 치르는 것은 국력의 낭비인데 개헌을 하면 그 선거를 2번으로 줄이고 약간의 조정으로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가 함께 갈 수 있어 총선이 중간평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 비례성의 원칙과 관련해서도 "지금 개헌을 해둬야 다음 총선에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비례성에 부합한 선거제도를 만들자고 그렇게 오래 요구했는데 지금 개헌에 소극적이면 어느 세월에 그런 선거제도를 마련하나"라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개헌안에 담길 내용의 시행시기를 정하는 부칙이 없다는 점을 직접 지적하고 자문특위에 이를 마련하라고 추가로 숙제를 내준 것은 개헌을 얼마나 꼼꼼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통령 취임 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약속과 기본권·지방분권 강화 등의 대원칙을 언급해 온 문 대통령이 이렇듯 개헌을 왜 해야 하는지를 소상하게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그만큼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가의 근본 질서가 되는 헌법을 놓고 국민과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는 없다"며 "그만큼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의 의지가 확인된 이상 문 대통령의 발의권 행사는 시간문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3월 20일을 대통령 개헌안 발의시한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가 의결해야 하는 절차를 고려하면 지방선거 투표일로부터 역산했을 때 20일이나 늦어도 21일에는 발의해야 충분한 숙의를 거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1주일 여간 문 대통령이 헌법 내용과 관련해 정책실장이나 경제수석 등과 의견을 나누면 청와대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소관 비서관실에서 조문화하는 작업을 거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렇듯 강하게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국회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가 위축돼 결국 여야 합의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마련한다면 그것이 대통령 개헌안에 우선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가 (개헌안에) 합의하면 대통령은 국회 합의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국회가 합의한 안을 두고 (여야가) 대통령안을 통과시킬 일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먼저 발의하는 개헌안이 여당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기본 준거는 되겠지만, 교조처럼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청와대가 그런 것을 주문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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