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를 수석대표로 한 양국 협상단은 이날 워싱턴DC USTR 청사에서 자동차, 무역구제, 원산지 등의 세부 분과별로 협상을 계속했다.
미국이 오는 23일부터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 때문에 FTA 개정 협상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철강 관세 부과 조치의 면제 논의와 FTA 협상을 연계하면서 자동차·부품 관련 비관세 무역장벽 해소,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우리 측은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이어 철강까지 높은 관세를 부과한 미국의 조치가 부당한 만큼 관세법 등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맞서면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규정과 `불리한 가용 정보(AFA)` 조항 등의 수정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 철강에 25%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일시 면제토록 했고, 이는 다음 달 나프타 8차 협상에서 철강 관세를 지렛대로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우리 협상단은 미국이 한미FTA 협상에서도 나프타와 비슷한 전략을 쓸 것이라는 점에 대비해왔다.
당초 이틀간 예정됐던 3차 협상은 이날 공식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협상이 이처럼 진통을 겪으면서 우리 협상대표단은 다음 주에도 워싱턴DC에 남아 한미FTA 개정과 철강 관세 면제를 연계한 비공식 협상을 계속하기로 해 주목된다.
앞서 지난 1월 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1차 협상은 하루 만에 끝났고, 2차 협상은 1월 31일부터 2월 1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에서 진행된 바 있다.
특히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을 비롯한 협상단은 철강 관세 면제 문제 등과 관련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 때까지 배수의 진을 치고 미국에 남아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단은 주말 동안 전열을 재정비하고 19일부터 미국 협상단과 다시 비공식 접촉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이 된 나라들과의 면제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개별국가들과 그러한 담판을 계속하고 있다. 마감일이 될 것으로 믿는 다음 주말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FTA 협상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지만, 분야별로 과거보다 의견이 접근한 사안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또 FTA 개정 협상에 더욱 속도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명령 발효일인 오는 23일 이전에 철강 관세 면제 문제와 한미FTA의 일부 쟁점에서 구체적 성과를 얻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자료에서 "양측은 집중적 협의를 통해 이슈별로 실질적 논의의 진전을 거뒀고, 향후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최근 발표된 철강 232조 조치와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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