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CEO] 골든타임 놓칠라…이동걸 産銀 회장 '곤혹'

입력 2018-03-21 17:27   수정 2018-03-21 14:57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구원투수' or '패전투수'
    <앵커>

    '톡.톡.CEO' 시작하겠습니다. 경제부 김종학 기자 나와있습니다.

    한국GM, 대우건설, 금호타이어. 이렇게 굵직한 구조조정 현안을 중재하고 있는 산업은행, 그 수장은 이동걸 회장입니다.

    이 회장은 정책금융에만 20년 가까이 관여해온 소위 구조조정 전문가입니다만.. 요즘 굉장히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있다고요?

    <기자>

    이동걸 회장은 김대중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 참여정부 때 대통령직 인수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이후 금융연구원장을 역임하다 이명박 정부 때 물러나 대학에 몸을 담아왔습니다. 이 회장은 1998년 IMF 위기 이후 부실 은행 정리에 깊이 관여했고, 하이닉스, LG카드 구조조정 등 굵직한 현안을 주로 다룬 말그대로 구조조정 전문가 입니다. 작년 9월에 산업은행장으로 현업에 복귀하는 자리에서 "구조조정이 팔자인 것같다"이런 말을 스스로 할 정도의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회장이 키를 쥐게 된 산업은행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대우그룹, 시중은행들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부실기업 정리를 위해 수십 조원의 세금을 쏟아부었는데, 대표적인게 12조원을 투입한 대우조선해양입니다. 이렇게 혈세를 쏟아붓는 바람에 산업은행은 재작년까지 3조원의 적자를 입을 만큼 경영상황도 좋지 않고 회복이 더딘 편입니다. 더구나 올들어 군산공장 폐쇄 이슈가 터져나온 한국GM은 산업은행이 출자금이 돌려받을 수 없다고 보고 이미 손상처리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우건설 매각실패, 금호타이어 매각 난항 등을 잇따라 겪다보니 그 책임의 화살이 이 회장에게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앵커>

    산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에 대해 과거에도 상당한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 회장이 어떻게 구조조정 전문가, 또 굵직한 기업들의 재편 과정에 관여해온 건가요?

    <기자>

    이 회장은 IMF 위기 당시 김영삼 정부 때죠, 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금융 제도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의 위기 징후를 알게 되고, 그 직격탄을 맞은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악연'이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옛 대우그룹 계열이었던 대우건설의 경영정상화, 또 그 대우건설을 사들였다가 자금 압박에 위기를 맞은 금호아시아나 계열의 금호타이어까지 부실 처리 부담을 떠안게 됐다.

    물론 이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재야에 머물며 구조조정에 상당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카드 사태 주범이던 LG카드를 산업은행이 떠안도록 한 뒤 신한에 매각한 건 성공적인 구조조정 사례로 꼽힙니다. 또 하이닉스의 사외이사로 들어가 해외 매각을 막고 SK에 넘기도록 한 건 지금 이 회장의 명성을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 회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할 적임자란 평가를 받았잖아요?

    하지만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구조조정의 마이너스 손이다,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한다 비판도 나오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이 회장은 작년 9월에 취임해 이제 6개월이 조금 지났습니다. 앞서 언급한 기업들의 부실과 회생 절차 지연에 이 회장이 전적으로 관여했다고 비판하기엔 재임 기간이 아직 짧은 편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책은행의 지배구조, 그 동안의 운영 과정에서 따져보는게 맞습니다.

    산업은행 회장은 그동안 강만수, 홍기택, 동명이인인 전임 이동걸 회장 등 친정부 인사의 낙하산 자리였고, 지금도 정부 입김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최고경영자 한 사람만으로 구조조정 정책을 바꾸기도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자마진, 당기순이익만 따지는 민간 은행과 달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수십조씩 투자하고도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도 합니다.

    자연스레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 결정 과정은 지연되기 일쑤고, 부실 기업에 대한 자금 투입 시기, 즉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무리하게 대규모 혈세를 쏟아붓는 정책 실기를 거듭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흔한 말로 '관치'입니다. 이동걸 회장도 재야에 있을 때부터 이 문제를 꾸준히 거론해온 바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출자를 하다보니 최근 10년간 출자한 자금 가운데 회수한 금액의 비중은 30%대, 민간 은행의 절반에도 못미칩니다.

    <앵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산업 구조조정 원칙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원칙주의자인 이동걸 회장과 이번 정부가 코드, 철학이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문재인 정부 경제팀은 지난해말에 구조조정의 원칙을 다시 정했습니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하지 않겠다,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때와 달리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하되 회사의 경쟁력, 산업재편 방안도 감안해 결정하기로 한 겁니다.

    이 회장은 참여정부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금산분리 원칙을 밀어붙였고, 대기업에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금 산업은행을 이끌면서도 정부가 정한 원칙, 지역 경제, 산업적 측면 등을 감안해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원칙을 우선 내세우고 있습니다.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고는 있지만 한국GM 지원 여부를 두고 제너럴모터스에 '원가 구조', 부채에 대한 책임 등 원칙 고수했다,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와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와 끊임없는 조율도 이런 방침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다만 지금이 구조조정 현안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 회장에 대해 성급히 평가할 일이 아니라 남은 현안을 잘 매듭짓느냐, 그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을 잘 살렸느냐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앵커>

    현재 산업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들, 현안들은 잘 진행되는지 짧게 짚어보죠.

    지금 우리나라 산업계, 기업들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이 바로 한국GM입니다. 산업은행이 미국 제너럴모터스 본사와 우여곡절끝에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건 GM측에 끌려가는 듯한 모양새여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이동걸 회장이 한국GM 실사 돌입에 앞서 원가구조 만큼은 확인해야 지원할 수 있다라는 걸 꾸준히 강조해왔다. 부채도 대주주가 책임져야 한다고 협상에 각을 세웠습니다. 기업이 영업기밀인 원가구조를 공개하지 않는데도 주주 입장, 국내 경제, 산업적인 영향을 감안해 이런 요구를 하고, 실사 확약서 상에 상당 부분은 의견 접근을 봤습니다. 이제 신차 배정, 자금 지원 여부는 이번 실사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이후엔 한국GM에 산업은행이 어떠한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느냐가 앞으로 남은 관건이 될 걸로 보입니다. GM의 감자, 증자 이후 한국내 철수 또는 특정사업부문의 구조조정을 견제할 권한, 비토권을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다시 가져올 수 있는지, 또 만의 하나 GM이 정말 철수하더라도 길게는 10년 정도 걸릴텐데 이 기간 회사 가치를 끌어올려 다른 회사에 매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지 등이 쟁점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옛 대우그룹 해체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한국GM입니다.

    대우건설, 금호타이어 부실도 대우그룹 부실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금호타이어는 오늘 중국 더블스타 회장과 이 회장이 면담을 가진다는데 어떤 얘기들이 오갈까요?

    <기자>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사실상 제값이 팔기 불가능하고, 관리책임 문제부터 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보다 시한에 쫒기는 건 금호타이어입니다. 채권단은 이번달 30일까지 금호타이어 노조가 인력 감축 등 자구안과 중국 더블스타에 대한 매각 동의를 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방침입니다.

    그제 이동걸 회장이 광주 공장에서 노사정위원장과 함께 노조 대표를 만나 막판 설득에 나섰지만, 이견만 재확인했고, 되레 더블스타 매각 전제 조건에 '파업금지' 조항이 들어갔다는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칭다오시 국유 회사인 더블스타 회장이 한국을 찾아 오늘 이 회장과 다시 만난다. 매각에 대한 대부분의 얘기는 정리가 됐기 때문에 노조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이고, 낙관적으로 보자면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와 같이 노조를 직접 설득할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이데 더블스타측, 노조 결정에 따라 사실상 이번주 내에 금호타이어 매각 또는 법정관리에 대한 운명이 결정될 전망입니다.

    <앵커>

    '톡.톡.CEO' 오늘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경제부 김종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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