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는 2년 만의 작품이었고. 미니시리즈 첫 주연이었고. 메디컬 드라마도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하고 설랬어요. 오랜 만에 작품을 해서 3개월이라는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무사히 마무리하게 돼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배우 전소민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크로스’에서 시청자들의 감정을 200% 몰입, 감성을 끌어올리며 깊은 감정의 여운으로 지인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극 중에서는 단단해보였던 전소민이지만 실제로 만난 그녀는 솔직하고 살가우며 인터뷰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배우였다.
‘크로스’는 병원과 교도소를 넘나들며 복수심을 키우는 천재 의사 강인규(고경표)와 그의 분노까지 품은 휴머니즘 의사 고정훈(조재현)이 만나 서로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예측불허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전소민은 고정훈의 외동딸이자 선림병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인 고지인 역을 맡아 열연했다.
“‘크로스’가 무거운 내용이라 촬영장이 밝지 만은 않았어요. 장르의 특성상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더라고요. 현장 분위기가 무겁다고 해서 힘든 것은 아니었어요. 첫 메디컬 드라마라 힘들었지 역할의 어려움은 없었어요. 제 역할은 그나마 무겁지 않은 캐릭터였거든요.”
고지인은 절대적인 원칙주의자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애정만은 각별한 인물. 전소민은 생애 첫 메디컬 드라마임에도 흔들림 없는 연기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시놉을 보면서 주연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시작했어요. (고)경표의 이야기가 주였고, 나는 서브였죠. 서운하거나 아쉬움은 없었어요. 배운 것도 많았고, 좋았어요. 할 때마다 느끼지만 연기는 항상 고민이에요. 너무 어려워요. 활동하면서 드는 고민은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지금 너무 행복하고 좋지만 누군가에게 선택 받아서 일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언제나 긴장하고 살 수밖에 없죠.”
생소한 직업을 다룬 만큼 전소민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들의 교차되는 감정에 공감하려 했고 그 미묘한 고충을 드러내고자 디테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크로스’를 위해 캐릭터-작품-의학 공부 크게 3가지를 했어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직업적인 매력을 많이 느끼게 됐고,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캐릭터 연구에 매진했죠.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한 게 처음이라 힘들고 생소했어요. 의사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수술신이 얼마나 정교한 장면인지 알게 됐어요. 더미 제작까지도 정밀하게 만들었더라고요. 미술팀이 대단함을 알았어요. 메디컬 드라마를 더 열심히 시청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 작품을 통해 장기 이식에 대한 인식 고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장기 이식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데 장기 기증을 해도 가족이 동의하지 않으면 언제든 철회할 수 있고 성사되지도 않는 일이더라고요. 가족의 동의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좋은 일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해요. 나도 동의서를 쓸까 생각 중이에요.”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극찬을 받는 전소민은 함께 호흡을 맞춘 고경표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극 중 전소민과 고경표는 조력 관계였다. 그러다 최종회에서는 전소민이 끝까지 고경표의 곁을 지키며 썸남썸녀의 관계로 마무리 됐다.
“(고)경표는 4살이나 어린 동생인데 나이에 비해 성숙해요. 지인들에게 전해 듣기로는 개구쟁이라고 들었는데 현장에서 프라이드가 굉장하더라고요. 역할 자체가 그러다보니 더 집중하려고 하는 모습에 배울점이 많았어요. 서포트 하는 역할이라 많이 의지를 했어요. 현장에서 스태프 보다 에너지가 넘쳤어요. 많이 움직이고 더 열심히 뭔가를 하려고 해요. 연기할 때 보면 동생이지만 멋있어요. 집중력도 굉장히 좋고 비상한 친구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어요. 마지막 회에 살짝 드러난 러브라인은 너무 간지러워서 연기하는데 힘들었어요. 생각 못했던 결말이라 쑥스럽더라고요. 민망했지만 남녀 사이로 여지를 주고 끝나 늦게나마 좋았어요.”
촬영장 에피소드를 묻자 입가에 미소부터 떠오른다. 고생스러웠던 순간들만큼이나 추억도 쌓였을 테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과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다. 전소민에게 이번 작품이 각별하게 다가오는 또 다른 이유 하나. 바로 사람들이다.
“‘크로스’를 시작하면서 가장 기대가 컸던 부분은 좋은 선배님들이 출연하신다는 거였어요. 가까이에서 연기를 보면서 각성을 하고, 많이 배웠어요. 너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드라마는 고정훈 역의 조재현이 성추문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되며 12회에 조기 하차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사실 스토리가 크게 수정된 부분은 없어요. 뒤에 있는 스토리를 당겨서 전개를 시켰어요. 연기할 때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시청자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보시게 하는 게 임무였죠. 최대한 열심히 끝까지 무사히 마치는 게 목표였어요. 큰 무리는 없었던 것 같아요. 나름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20대에도 활동을 했어요. 많은 일을 겪으며 단단해진 면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었어요. 일단은 잘 마치고 흔들림 없이 연기를 해내야 시청자분들이 드라마를 끝까지 봐주실 거라는 책임감이 컸어요.”
전소민은 2004년 MBC ‘미라클’로 데뷔, ‘아빠 셋 엄마 하나’, ‘에덴의 동쪽’, ‘동안미녀’, ‘인수대비’ 등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13년 MBC ‘오로라 공주’를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엄마의 정원’, ‘하녀들’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2016년에 종영한 Dramax ‘1%의 어떤 것’ 이후로 2년간 공백기를 가졌다. 대신 지난해 예능 ‘런닝맨’에서 순수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런닝맨’은 ‘오로라 공주’의 돌파구가 됐어요. 항상 마음속으로 아쉽고 안타까웠던 점은 ‘오로라 공주’로 주목 받았다 보니 그걸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치였어요. 그런데 ‘런닝맨’에서 2차 기점이 온 것 같아요. 감사하죠.”
전소민은 생얼 공개는 물론 특이 분장까지 과감하게 소화하며 ‘런닝맨’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즐겁지만 여배우로서는 사실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일이다.
“예능은 카메라가 많아 두려움과 압박감이 있었어요. 촬영하면서 극복이 되더라고요. 웃겨야한다는 부담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요즘 어떻게 하면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해요. 이것이 두려움으로 오지 않았으면 해요. 게임하는 게 재밌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저와 맞더라고요.”
‘런닝맨’ MC인 유재석이 ‘별명 부자’, ‘캐릭터 부자’라고 부를 정도로 전소민은 수많은 별명이 생겨났다. ‘런닝맨’을 통해 전소민은 ‘돌소민’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유)재석 오빠한테 너무 감사해요. 많이 믿어주시고 함께 일하는 걸 즐거워해주신다는 거니까요. 실제로도 녹화 현장에 가면 대기 시간에 재석 오라버님이랑 수다 떠는 시간이 제일 즐거워요. 다른 오빠들도 많이 챙겨주세요. (송)지효 언니도 처음에 갔을 때부터 너무 잘 챙겨주셨어요. 그래서 녹화 시작하고부터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재석 오빠가 별명 부자라고 하셨는데 다 좋았어요. 그 때 그 때의 별명이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작품을 하면 거기에 맞는 별명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제가 독특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저는 평범한 어디에나 있는 캐릭터에요. 진정한 돌+I는 (이)광수 오빠죠. 멘트나 이런 것들이 정말 센스 있고 재미있어요. 그런데 어쩔 때 보면 나보다 더한 사람이 광수 오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더 친한 것도 있어요. 최근 광수 오빠가 출연하는 ‘라이브’를 보면서 평소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면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시청자들도 그렇게 느낄 것 같아요. 광수 오빠와 단막극 정도는 같이해 보고 싶어요. 키스신은 음~~~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전소민은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힘들어도 재미있는 게 연기라는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것은 그녀에게 연기자로써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최대한 많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즐겁고 경쾌한 드라마였으면 좋겠고, 올해 안에 한 작품 더 하고 싶어요. 가장 큰 욕심은 멜로에요. 어떤 작품이든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리고 싶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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