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호텔서 카드결제 내역 발견..스스로 공개하는 게 책임지는 길"
정봉주 "기억이 없는 것도 제 불찰..거취에 대해서는 별도로 말씀드릴 것"
정봉주, 정치생명 건 프레시안과 진실공방 끝났다
정봉주가 보도자료를 통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언론사를 고소했던 정봉주 전 의원이 28일 고소 취소와 함께 그동안 내놓은 자신의 해명이 잘못됐음을 시인한 것으로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성추행 의혹으로 출마 선언을 미뤘던,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18일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사실상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껏 정봉주 전 의원은 자신의 성추행 행위가 벌어진 것으로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여의도의 렉싱턴 호텔(현재 켄싱턴 호텔)에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뒤늦게 당일 오후 정봉주 전 의원의 카드가 그 호텔에서 사용됐다는 기록을 정봉주 전 의원 스스로 발견했다. 정봉주는 “이를 숨길 수도 있었지만 공개했다”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언론사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뒤 보도자료를 내고 "저의 카드사용내역을 확보해 검토해본 결과 그 호텔에서 결제한 사실을 확인했고, 즉시 스스로 경찰에 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정봉주 카드 내역을 언론사나 다른 곳에서 제보한 게 아니라, 정봉주 스스로 밝혀냈다는 것.
정봉주 전 의원은 이와 관련 "당일 일정을 기록한 780여장의 사진 중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에 따르면 오전 11시에서 오후 5시까지 방문장소는 홍대와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 단 두 곳 뿐이었다"며 "이에 따라 당일 호텔에서 피해자 A씨를 만나지 않았다고 확신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이어 "A씨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오후 5시 이후 호텔에 있었던 사진을 공개했고, 이에 저는 오후 5시 이후 제가 여의도가 아닌 곳에서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를 찾으려 노력했다"며 "그러던 중 당일 오후 6시43분 해당 호텔 카페에서의 결제 내역을 스스로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A씨가 5시 이후에 호텔에서 정봉주를 기다렸다고 사진과 함께 증거를 제시했고, 6시 43분에 호텔에서 결제를 했다면, 최소한 5시부터 6시 43분 사이에 호텔에서 정봉주와 A씨가 만났다는 추측이 나오게 되는 상황.
정봉주 전 의원은 "이처럼 당일 저녁 제가 그 호텔에 갔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 저는 이 사실을 변호인에게 알렸다"며 "덮고 가고 싶은 유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스스로 공개하는 것만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책임을 지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봉주는 그러나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하지만 직접 결제내역을 확보했고, 제 눈으로 확인한 이상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기억이 없는 것도 저 자신의 불찰"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에 복당신청을 하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 준비를 해 온 정봉주 전 의원은 "제 거취에 대해서는 이른 시일 안에 직접 별도로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정봉주와 관련된 기사는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 메인에 걸려 있는 상태며,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비판적 댓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봉주 전 의원은 사건 당일 호텔에 간 사실 자체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해왔으나 결국 이와 배치되는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
다만 취소장 제출과 관계없이 정봉주 전 의원과 의혹을 처음 제기한 프레시안 서 모 기자 사이의 법적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시안 측도 정봉주 전 의원을 지난 16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정봉주 전 의원은 2011년 11월 23일 기자 지망생 A씨를 서울 영등포구 렉싱턴호텔로 불러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지난 7일 처음 제기됐다.
정봉주 전 의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지난 13일 서 기자 등 언론사 4곳의 기자 6명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정봉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A씨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당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포스퀘어를 통해 자신이 렉싱턴 호텔에 있었음을 기록한 증거가 있다고 공개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프레시안은 앞서 논평을 내고 “기자들은 `정봉주 성추행 피해자 A씨`를 `안젤라`라고 부른다. 그에게 평생 따라다닐 주홍글씨를 본명으로 기억하는 것조차 미안한 마음 때문”이라며 “피해자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자신이 지지하고 응원했던 한 정치인으로부터 씻어낼 수 없는 악몽을 겪었다. 정의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이에게조차 여성은 그저 성적 대상일 뿐이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봉주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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