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발생한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과 관련, 경찰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본청 성폭력대책과와 감찰, 수사,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 등 20여명으로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 29일 밝혔다.
2004년 대학원생이던 A씨는 드라마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배우들을 관리하던 관계자 12명에게서 지속해서 성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으나 경찰이 2차 피해를 줬고, 가해자들의 협박도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해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A씨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한 그의 동생도 세상을 등졌다.
이후 충격을 받은 자매의 아버지까지 뇌출혈로 사망, 가족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떴다. 혼자 남은 자매의 어머니는 딸들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면서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수년째 힘겨운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의 확산으로 다시금 관심을 받게 된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답변조건인 20만 명을 충족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건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다시 살펴보는 한편,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들이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한 뒤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당시 수사 담당자 3명 중 2명은 아직 현직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오래 전 사건이라 관련 기록이 폐기되는 등 조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당사자들의 재판 서류 등 기초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고 유족을 접촉해 진술을 확보하는 등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사건이 발생한 지 이미 14년이 지나 성폭행 공소시효가 완료되는 등 법적 한계가 있어 재수사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