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교회에 다니는 내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백골 상태로 발견된 시신을 두고 `살인`과 `자살` 주장이 맞섰지만, 법원은 이 남성이 휴대전화로 살해 정황을 의심케 하는 검색을 한 점 등을 들어 살인이 맞는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손모(45)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손씨는 2015년 9월 내연 관계인 A(44·여)씨와 함께 경기 가평·양평 일대를 여행하다 말다툼 끝에 살해하고 시신을 포천의 한 야산으로 옮겨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사건 한 달 전 A씨에게 600만원을 빌리고 이를 24회에 걸쳐 갚겠다는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족 측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통화 내역, 당일 렌트 차량의 동선을 추적한 끝에 2016년 12월 A씨 시신을 찾았지만 이미 백골이 된 상태였다.
정확한 사인이나 살인 방법을 규명하기 어려운 탓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는 살인죄 성립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검찰은 손씨가 동거하던 다른 여성에게 A씨와의 내연 관계가 들통나고 교회 지인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건 이후 손씨가 스마트폰으로 `사체 부패 시간`, `증거 없는 재판` 등을 검색했고,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살인 혐의를 받게 된 남성을 소재로 다룬 한 영화를 알아본 점 등이 살해 정황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손씨 측은 시신을 숨긴 사실은 인정했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술을 마신 손씨가 잠시 차에서 잠들었다가 일어나보니 조수석에 연료 2개가 피워져 있었고 A씨가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들은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살인,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냈다. 평의에서 배심원 중 6명이 징역 20년, 나머지 3명은 징역 25년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1심은 "손씨가 시신 발견을 지연시켜 유족이 A씨의 생사를 알지 못한 상태로 오랜 기간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2심도 이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