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합니다. 네이버는 누가 보더라도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국내 대표 IT 기업인데, 이들 노조의 상위 단체가 화학섬유식품 노조이니 말이죠.
정장만 입고 출근을 해도 네이버에서는 `어디 면접 보러가냐`라고 서로 농담아닌 농담을 던질정도의 자유로운 영혼의 인터넷기업인데 노조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화학석유식품노조 산하로 들어갔습니다. 왜 일까요?
네이버 노조측 답변은 "우리에게 가장 힘이 될 곳을 찾았습니다" 입니다.
IT 노동자들의 힘을 모을 수 있는 노조 상급단체 자체가 드물다보니 네이버 노조가 어느정도 규모가 될 때까지 힘이 되어줄 상급단체를 찾았다는 얘기입니다. 마치 캥거루 새끼가 어미 주머니에서 얼마간의 기간 동안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 듯이 말이죠. 또 조금은 궁색한 답변이긴 합니다만 네이버 노조는 직원들이 자신들의 일을 `IT제조업`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제조업 기반의 화섬노조 가입이 그리 어색하지도 않다고도 답변합니다. 하지만 프랑스에 인공지능 연구소까지 둔 네이버가 자신들을 전통제조업과 비슷하다며 화섬노조로 들어간 것은 아무튼 아이러니 합니다.
사실 IT쪽 노조들을 살피면 네이버 노조의 이런 행보가 이해가 되긴 합니다. 계열사 임직원이 8,000여명에 달하는 네이버를 품을만한 전문적인 상급단체가 전무한 실정이거든요. 한국노총에 IT사무서비스연맹(IT연맹)이 있지만 주로 KT 등 통신사 직원들이 가입한 곳 입니다.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하 IT노조)도 있는데, 가입된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지난해 7월과 10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오라클도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됐지만 사무직이 많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노조로 들어갔습니다.
네이버 노조설립 사흘만에 1천여명 직원 가입
네이버 노조가 설립을 알리고 노조원들의 가입을 받은지 사흘만에 1천여명의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오세윤 노조위원장은 노조 설립의 결정적인 계기에 대해 "조직이 커지다보니 수직적인 문화가 자리잡았다"라며 "위계가 강한 문화가 자리잡다보니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회사의 덩치가 커지고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지다 보니 사회의 여러이슈에 자꾸 연루되고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실제 지난해 뉴스편집을 조작한 사건에 이어 네이버가 댓글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청와대 게시판에 네이버를 수사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은 20만명이 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밝힌 "우리의 자부심은 실망으로 변했다. 네이버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구에 더 눈길이 갑니다.
네이버 노조 출범을 놓고 내부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옵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노조의 성명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등장했습니다. 또 유연한 노동환경이 특징이자 경쟁력인 IT 업계에 노조가 가져올 변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매출이 19년만에 5조원대를 바라보게 되면서 네이버 안에서도 밖에서도 네이버에 뭔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우선 네이버 노조는 자신들의 첫 목표가 임직원의 의견을 회사에 전달할 소통채널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당장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적어 보입니다. 네이버 노조는 출범 후 첫 교섭공문을 회사에 보내 한성숙 대표의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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