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경호 공방, 쟁점은?

입력 2018-04-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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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경호 연장 문제를 두고 대통령 경호처가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 논란을 정리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 국회 법사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이 "현행법에 따라 이 여사에 대한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는 2월 24일 종료됐어야 한다"며 경호처의 경호를 중단하고 관련 업무를 경찰에 넘길 것을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현재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는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해 대통령 경호처가 `퇴임 후 10년, 추가 5년` 간 경호를 제공하도록 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이 여사는 그동안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를 받아왔으며, 법적으로는 이 여사에 대한 경호 기간은 김 전 대통령의 퇴임일인 2003년 2월 24일로부터 15년이 지난 2018년 2월 24일 종료됐다.
이에 경호처는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한 경호 기간을 `퇴임 후 10년, 추가 10년`, 즉 최장 20년으로 연장하는 대통령 경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해당 법안은 지난 2월 22일 국회 운영위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 측은 경호처에 `전직 대통령 배우자(이희호 여사) 경호 이관 관련 로드맵 제출`을 요구했고, 경호처는 김 의원 측에 `경호업무 인수인계 시에 소요되는 기간은 30일 내외`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 4. 2일부 인수인계 시작했습니다`라는 문장이 답변서 말미에 붙은 것이었다.
김 의원은 이 문장을 근거로 5일 "대통령 경호처가 이 여사 경호와 관련해 4월 2일부로 경찰에 인수인계를 시작했으며, 한 달 내 이관을 마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 의원의 발표를 근거로 경호처가 이 여사의 경호업무를 경찰에 이관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이에 경호처는 먼저 "경호업무 이관 여부는 국회의 법 개정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해명했고, 뒤늦게 해당 문장에 대해 "당장 경호업무를 경찰에 넘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경찰과 인수인계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으나 혼선을 막지는 못했다.
이처럼 이 여사의 경호와 관련한 혼선이 확대되자 문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먼저 대통령 경호법 개정안이 국회 운영위를 통과한 지 한 달 보름가량이 지났는데도 법사위에서 심의·의결이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대통령 경호법 4조 1항 6호에 경호대상으로 `그 밖에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要人)`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들어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해당 조항에 따라 이 여사를 경호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간 경호처는 4조 1항 3호의 `퇴임 후 사망한 경우의 경호 기간은 퇴임일로부터 기산해 10년을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망 후 5년으로 한다`는 조항에 근거해 이 여사의 경호를 맡아왔다.
법률가인 문 대통령은 3호뿐 아니라 6호도 이 여사에 대한 경호 제공의 근거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해당 조항의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법제처에 정식으로 문의해 유권해석을 받을 것을 지시하는 한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따로 불러 이 같은 지시사항을 언론에 공개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경호 논란의 대상이 다름 아닌 이희호 여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경호 문제로 심려를 끼치는 것은 진보·민주 정권의 정신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 여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 여사 본인도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화해와 교류·협력 확대에 있어 상징성을 띤 인물이기도 하다.
이 여사는 6·15 공동선언을 도출한 2000년 6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방북했으며,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는 2015년 8월 3박 4일 일정으로 방북한 바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갑자기 경호 인력이 변경될 경우 고령의 이 여사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여사 경호를 맡은 분들은 이 여사가 청와대에 있을 때부터 쭉 같이 있던 분들이라 거의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며 "이 여사의 정서적·심리적 안정감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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