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구 추락 사망사고 조종사, 마지막까지 탑승자 지켰다

입력 2018-04-12 15:12  


13명이 탄 열기구가 착륙 중 나무 등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조종사가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아 대형 사고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오전 8시 11분께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에서 13명이 탄 열기구가 정상 착륙에 실패해 나무와 충돌했다.
오름열기구투어 소속의 이 열기구에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 김종국(55) 씨와 관광객 등 12명이 타고 있었다.
조종사 김 씨는 열기구가 처음 나무에 걸리자 다시 낮게 상승해 약 1㎞를 이동해 넓은 초지에 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하강 속도가 너무 빨라 열기구 바스켓이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땅에 부딪혔다.
"충격이 있을 테니 모두 자리에 앉아서 꽉 붙들고 있으라"는 외침에 탑승객들은 모두 바스켓을 잡고 있었으나 첫 충격에 바스켓이 뜯기면서 승객 몇 명이 먼저 튕겨 나왔다.
열기구는 강한 바람에 150여m를 계속 끌려가며 지상과 여러 번 부딪혔고, 마지막으로 숲이 시작되는 곳의 나무와 충돌하고서야 멈춰 섰다. 이 과정에서 나머지 탑승객도 모두 튕겨 나왔다.
조종사 김 씨는 탑승객이 바스켓에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조종간을 잡았다. 결국, 그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김 씨는 아시아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아프리카 상공을 누비는 상업용 열기구 조종사였다. 그는 2008년 열기구 비행의 최고봉이라는 케냐 국립공원의 한 호텔에 상업용 열기구 조종사로 스카우트돼 수년간 일했다. 당시 캐나다, 영국, 호주 등지에서 온 20명의 조종사 중에서도 선임 파일럿이었다.
그는 앞서 필리핀, 영국, 프랑스 등지를 돌며 상업용 열기구 조종사 면허를 따고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입상했다. 2007년에는 캐나다 위니펙, 토론토 등지에서 열기구를 조종했다.
초보시절 전북 익산의 호남평야를 누비며 열기구 조종 기술을 연마했던 그는 토종 열기구 조종사로의 자부심이 컸다. 그는 한때 마사이 마라에 열기구 회사를 설립하는 꿈을 꿨으나 대신 2015년 제주에서 열기구 관광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돼 창업과 국내외 마케팅 비용을 지원받았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제주에서 자유 비행식 열기구 관광을 추진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5월 어렵사리 사업승인을 받았으나 이번 사고로 그의 꿈은 1년도 채 되기 전에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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