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한인타운 참극 용의자, 정신장애 있었나? 동창생 말 들어보니

입력 2018-04-24 22:41  


23일(현지시간) 오후 캐나다 온타리오 주 최대 도시인 토론토 노스요크의 핀치 애비뉴와 영 스트리트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인타운 등이 밀집한 토론토의 번화가인 이 거리는 당시 화창한 봄 날씨에 점심 식사나 쇼핑을 하러 나온 직장인과 주민들로 붐볐다. 그러나 별안간에 인도로 달려든 흰 밴 차량(승합차)에는 모두가 속수무책이었다.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보면 "대학살", "악몽"과 같은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참혹했다.
승합차를 빌려 탄 용의자인 알렉 미나시안(25)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교차로에 있던 사람을 치고는 인도로 돌진, 그대로 대로변을 따라 남쪽으로 1㎞가량을 질주했다.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차량에 행인들은 한명씩 그대로 차에 부딪혀 쓰러졌고, 일부는 공중에 붕 떴다가 나가떨어지기도 했다.
한 행인은 NYT에 "세상에, 그런 광경은 본 적이 없었다"며 "토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피터 유엔 토론토경찰청 부청장은 "(당시) 햇살 좋은 오후를 즐기러 나온 행인도, 목격자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목격한 한 남성은 "대혼란이 벌어졌고, 모두가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차량이 속도를 높여 행인을 치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운전자한테 심장마비가 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범행 후 인도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찰과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도 소셜미디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행인 10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사고가 난 지점이 한인 식당 등이 밀집해 있는 곳이었기에 사상자 중에 한인이 포함됐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우리 외교부는 사망자 중에 한국 국적자 2명과 캐나다 동포 1명이 포함돼 있다고 확인했다.
목격자들은 당시 차량 속도가 시속 30마일(약 48㎞) 혹은 60∼70㎞ 정도 됐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용의자 미나시안은 범행 후 25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캐나다 방송 CBC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미나시안은 범행 후 경찰관에게 권총으로 보이는 물체를 겨누며 "내 머리에 총을 쏴보라"며 도발했다.
경찰은 "엎드리지 않으면 쏜다"고 경고했지만, 그는 총을 갖고 있다며 거듭 위협했다. 경찰은 "상관없다"며 그와 대치를 이어갔고, 결국 총성 없이 미나시안은 그대로 체포됐다. 범행 26분 만이었다.
미나시안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다. 범행 동기도 밝혀지지 않았다.
캐나다 경찰은 일단 그가 고의적으로 범행했지만, 이슬람국가(IS) 등 조직화한 무장 테러 단체와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사전에 `요주의` 인물로 당국에 보고된 인물은 아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만 최근 유럽, 미국 등 주요 도시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들이 특정 테러 단체와는 직접적 관련 없이 이들의 사상에 심취한 이른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의한 것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 역시 관련성이 주목된다.
현지언론 CBC 등은 미나시안이 2011년 손리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까지 세네카칼리지에 재학 중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던 동창들은 미나시안이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아리 블러프는 CBC에 "그와 아주 친한 사이라고 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블러프는 "친구들 무리에서 배경처럼 주변부에 있던 친구로 기억한다"며 "대개 혼자서 복도나 카페테리아를 걷는 모습을 봤던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반 친구였던 샤린 차미는 로이터통신에 미나시안이 사교적이진 않았지만 악의는 없는 사람이었고, 폭력적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차미는 그가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손으로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본 적 있다고 기억했고, 또 다른 친구들은 미나시안과 함께 장애인, 행동장애 학생 등을 주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 수업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고 후 사고 발생 지역 주변은 지하철 운행이 통제됐고, 주변 상점들도 문을 닫았다. 토론토 곳곳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불이 밝았고, 온라인에는 애도의 글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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