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무대 뒤에는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있었다. 남북 경호기관의 철통같은 `합동 경호`도 그중 하나였다.
대통령 경호처와 북한 호위사령부는 회담이 열린 27일 공동경비구역(JSA) 남측 지역을 `특별경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두 정상을 합동으로 경호했다.
합동 경호는 우리 경호처가 경호책임기관으로서 전반적인 사항을 준비·실행하고 각 포스트에서 남북 경호 인력이 유기적인 협력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통상 외국 정상이 방한했을 때 현지에서 다수 경호 인력이 넘어오기 어려워 우리 측이 해당 정상의 경호를 전담하다시피 해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
우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김 위원장에 대한 북측의 삼엄한 경호였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 이북 판문각 현관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호위사령부 소속 경호원 10여 명이 `인간 방패`처럼 그를 둘러쌌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오전 회담을 마치고 오찬과 휴식을 위해 북쪽으로 돌아갈 때나 다시 남쪽으로 내려올 때도 경호원 12명이 단체 구보하듯 그의 차량을 따라 달렸다.
북측이 이렇게 김 위원장의 근접 경호에 각별히 신경 쓴 것은 여전히 군사적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판문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 측 경호원들의 모습은 생중계 화면에 거의 잡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까지 나가 김 위원장을 맞이할 때도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리 경호처는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1선 경호의 범위를 비교적 넓게 설정하고 근접 경호 인원을 최소화하되 2선, 3선에서의 외곽 경호를 집중적으로 강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호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편하고 친밀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되도록 `화려한 경호`를 피하려 애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기조에는 북측 경호원들도 호응했다.
실제로 두 정상이 수행원 없이 단둘이 `도보다리`를 산책하고, 30분간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눌 때 남북 경호원들은 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상당히 먼 거리에서 상황을 주시했다고 한다.
경호처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28일 "우리 경호 인력이 북측 경호 인력보다 훨씬 많이 투입됐을 것"이라며 "이를 드러내지 않고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경호처와 호위사령부는 이번 회담을 준비하면서 2차례 통신 실무회담, 3차례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을 통해 손발을 맞춰왔다.
실무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가 나오면 세부사항은 남북 경호협력조정관 사이에서 조율하는 등 원활한 소통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조정관은 신용욱 경호처 차장이 맡았다.
이번 회담에서 오랜만에 조우한 남북의 `시니어` 경호원들은 2000년과 2007년의 1·2차 정상회담 때 안면을 텄지만 이제는 퇴직한 선배 경호원들의 안부를 서로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정례화의 기틀이 마련된 만큼 남북 경호기관의 교류와 협력도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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