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에 지분을 일부 사들이고 회사의 주요 결정에 줄줄이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이걸로는 부족했는 지 이번에는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 이른바 ISD를 제기할 움직임까지 보이는데요.
김치형 기자가 일개 해외 펀드에 농락 당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과 재계의 현실과 문제점 등을 짚어봅니다.
<기자>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우리나라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보냈습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주요주주였던 국민연금 등이 합병에 찬성했고 이로인해 본인들은 피해를 봤으니 이를 보상하라는 겁니다.
중재에 정부가 응하지 않을 경우 엘리엇은 세계은행(IBRD) 산하의 민간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이른바 투자자 국가간 소송 ISD를 제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전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훈수를 두며 지주회사 전환방식을 택하거나 아니라면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정책을 더 내놓으라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유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
"주주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 자기가 투자한 회사에 대해서 월스트리트 룰에 따라 패시브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도 투자지만 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회사에 제시하는 것도 주주로서 할 수 있는..."
다만 이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낙후된 금융시장 시스템을 개선키 위함이 아니라 자신들의 수익극대화에 최종 목적이 있다는 점이 씁쓸한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기업은 물론 감독당국이나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기업은 이사회가 제대로 대주주를 견제하지 못하면서 지배구조의 문제를 그대로 노출시켰고, 정부나 감독당국은 정권이 바뀌면 자신들이 내놓은 감독정책의 해석을 바꾸거나 뒤짚으며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겁니다.
<인터뷰> 글로벌 투자업계 관계자
"(외국계 펀드들에게)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 한국이...팔때는 팔라고 살때는 사라고 해서 막 돈 집어넣게하고, 돈 버니까 돈 너무 벌었다고 못 팔게 하고...
그때 그때 (제도나 해석이)바뀌고 그러니까 (정부나 감독당국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어요. 법적으로 헛점이 엄청나게 노출되는 거지. "
문제는 이후 상황입니다.
엘리엇의 이런 행동의 결과에 따라 우리가 스스로 노출한 제도적 약점을 파고들 또 다른 외국계 자금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 이들의 활동력을 높여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 등의 의무화도 동시에 투진되고 있다는 점을 재계는 우려합니다.
집중표제는 소수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상장사가 이사 선임을 할때 선임 이사수 만큼이 투표권을 주주들에게 주고 한 사람에게 몰표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입니다.
다만 국내주요 기업들이 이번일을 겪으며 주주배려에 더 적극 나서고 이사회 구성 투명성을 높일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효과로 읽힙니다
한국경제 TV 김치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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