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고의 교통사고 의인 벨로스터 받는다…현대차 "감동받았다"

입력 2018-05-14 23:06  


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멈춰 세우기 위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대형 참사를 막은 의인(義人)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용감한 선행의 주인공 한영탁(46·크레인기사)씨를 형사 입건하지 않기로 했고, 현대자동차 그룹은 자사 브랜드의 한씨 승용차가 파손된 점을 고려해 신형 차량을 지급하기로 했다.
인천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이달 12일 제2 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에서 발생한 `고의 교통사고`를 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차량을 멈추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낸 경우"라며 "일반적인 교통사고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112 신고가 접수돼 정식 사고조사는 하고 있지만 두 운전자의 인명피해가 크지 않다"며 "사고를 낸 경위 등도 고려해 앞 차량 운전자를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112에 사고신고가 접수됐을 경우 경미한 사고면 보험사끼리 보험금 지급 비율 등을 합의하고 경찰은 내사 종결한다.
이번 경우는 보험사끼리 합의 절차가 아직 남아 있지만, 과실로 일어난 사고가 아닌 구조를 하려고 일부러 낸 사고여서 형사입건 대상이 아니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영탁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엊그제 사고로 뒤쪽 범퍼가 약간 찌그러지고 비상 깜빡이 등이 깨져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해 둔 상황"이라며 "설사 내 과실이 인정돼 보험금이 오르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 차 피해는 생각하지 않고 한 일"이라며 "어제(13일) 오전에 뒤차인 코란도 차량 운전자로부터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씨의 차량 피해는 도움을 받은 뒤차 코란도 운전자 측 보험사가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앞 차량 운전자인 한씨는 긴급한 상황에서 도와주려고 일부러 사고를 낸 것"이라며 "민법에 따라 한씨 차량 피해는 도움을 받은 뒤 차량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법 735조(긴급사무관리)에 따르면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등과 관련된 급박한 위해를 피하려고 그 사무를 관리한 때(도움을 줬을 때)에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한 변호사는 "도움을 준 한씨는 자신의 차량 보험사에 사고 접수도 할 필요가 없다"며 "만약 뒤차 보험사가 배상하지 않으면 (민사 소송을 통해) 손해 보상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언론 보도로 한씨의 의로운 행동이 알려지자 한씨 차량인 투스카니를 생산한 현대자동차 그룹은 차량 수리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씨는 그러나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측 연락을 받고서 "크게 망가진 상태가 아니라 괜찮다"는 의사를 밝혔고, 현대차는 아예 올해 출시된 2천여만원 상당의 신형 밸로스터 차량을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좋은 일을 하다가 의인의 차량이 파손된 사실을 접하고 최초에는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경미한 파손`이라며 도움을 거절하시는 모습에 또 감동받아 회사 차원에서 새차를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경찰청 고순대에 따르면 12일 오전 11시 30분께 경기도 화성시 제2서해안고속도로 평택 기점 12.5km 지점에서 코란도 스포츠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멈추지 않고 1.5㎞나 계속 전진했다.
한씨는 A씨 차량을 멈추기 위해 자신의 투스카니 차량으로 앞질러 고의 교통사고를 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경적을 울렸는데도 앞에 가던 코란도 승용차가 멈추질 않았다"며 "옆을 지나치며 살펴보니 운전자가 운전석 옆 팔걸이 쪽으로 쓰러져 있어 다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소 지병을 앓은 50대 코란도 운전자 A씨는 사고 전날 과로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잠시 의식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현재는 건강을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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