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이번 ABCP 판매 과정에서 신용평가사의 부실한 평가와 발행 주관사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문제삼고 있어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ERCG의 역외자회사가 발행하고 CERCG가 보증한 채권이 지난 11일 만기 상환되지 않았습니다.
ABCP 발행 규모는 1,646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현대차투자증권이 500억원을 투자했으며, BNK투자증권과 KB증권이 200억원, 유안타증권 150억원, 신영증권 100억원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투자 규모가 큰 현대차투자증권과 BNK투자증권의 실적과 신용도 하락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600억원을 투자해 100억원어치를 판매했는데, 남은 500억원 규모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85%에 달해 손실 인식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됩니다.
BNK투자증권 역시 1분기 순이익이 6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ABCP로 인한 손실액이 올해 연간 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이번 ABCP 투자 관련 증권사별 손실 발생 규모, 회수 수준, 기관별 ABCP 매매계약과 리테일 판매 관련 책임 수준 등을 모니터링해 각 증권사의 신용도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무더기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애초부터 ABCP 판매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해당 ABCP의 기초자산이 우량한 공기업 채권이라는 신용평가사의 평가와 발행 주관사의 설명에 의거해 투자했다는 겁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28일 디폴트 선언을 한 CERCG 자회사의 ABCP에 당초 `A2` 등급을 부여한 바 있습니다. CERCG가 중국 지방 공기업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하지만 CERCG는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등록돼 있지 않아 국유 자본을 일부 투자받는 데에 그친 사실상 `민간기업`이었으며, ABCP 발행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인수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이 사실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의혹입니다.
이에 대해 NICE신용평가 측은 "CERCG이 국내와 같은 공기업은 아니어도 분류상 공기업이 맞다"며 부실 평가 논란에 반박했습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오히려 해당 ABCP를 유동화시켜 달라는 기관투자자들의 요청이 먼저 있었고, 개인투자자에 비해 전문적인 자격을 갖춘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불완전판매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소송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국내 자산운용사, 증권사, 은행 등을 포함해 리테일 시장에 풀린 ABCP는 700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각각 200억원, 60억원을 매입해 펀드에 투자한 KTB자산운용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관련 상품의 환매와 추가 설정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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