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단축됩니다.
정부가 6개월간 처벌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지만 현장에서는 갖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도입된 주 5일 근무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태학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장 줄어든 근무시간 때문에 공장 가동 시간을 단축하거나 근로자를 추가로 뽑아야 할 처지에 놓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중견기업 A사 임원
주 52시간이 되면서 일부 품목은 수출을 포기하는 그런 사태를 예상하고 있어요. 노사 협상을 시작을 하면, 당연히 임금 보전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노동자들을) 붙잡을 수 있을지 저희가 그거에 대한 대책도 고심을 하는 중입니다. 앞으로 정부 지원책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여태까지 검토한 것 중에서 저희 피부에 와닿는 정부 지원책은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14만 9000명의 임금이 평균 7.9% 약 41만 7,000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노동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임금을 보전해 주거나 추가 인력을 뽑아야 하는데, 이익폭이 크지 않은 제조업들의 이 비용이 만만찮다는 얘깁니다.
결국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소요되는 비용 때문에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국내에 남을 경우 몇 년 내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전문가들도 산업현장이 감수해야 할 충격이 2004년 '주 5일제'가 도입됐을 때 보다 훨씬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신호정 /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주 5일 근무제로) 8시간씩 6일 할 것을 10시간씩 5일로 하면 사실은 준비 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이 향상되는 그런 측면도 있었죠. 총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해버리게 되면 수요에 의해서 생산이 유연하게 맞춰져야 되는 측면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점점 더 하기 힘들어지는 거죠.
더구나 경제상황도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됐던 2004년보다 훨씬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장에서는 처벌 유예가 아닌 노동 유연성 확보를 위한 보완책 등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인터뷰] 이정희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업종에 있어서 요구되는 노동시간이 다른 문제라던가 또 지역 간의 문제도 있거든요.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사실 산업계에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난다고 하면 그것이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점을 잘 고려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삶의 질 이전 기업 생존의 문제라며 빠른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태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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