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열리는 일본 중앙은행의 금정회의에서 일본 판 양적 완화를 줄이는 정책 즉 테이퍼링을 실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일본 중앙은행에서 그 동안 콸콸 쏟아내던 돈의 물줄기를 줄이기 위해 수도 꼭지를 잠그기 시작한다는 얘긴데요, 이 소식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은 일본 자금의 해외 투자를 촉진하죠?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엔 케리 투자 즉 거의 이자 없이 엔화를 빌려서 이걸 미국을 비롯한 해외 채권에 투자하면서 양국간 이자 차를 따 먹는 투자가 성행한 거죠. 현재 전 세계에 이런 자금이 약 2조 4천억 달러가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이 되고 그 상당부분이 일본 국채에 비해 월등히 수익률이 높은 미 국채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죠.
일본 중앙은행이 돈 줄을 죄기 시작하면 미국채에 대한 매도 압력이 들어오고 그러면 안 그래도 미국 FED의 금리 인상 기조와 테이퍼링으로 수급상 불리한 미국채 수익률이 오를 가능성이 그 만큼 더 커진다는 얘깁니다.
일본 은행의 테이퍼링이 정말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만약 시장의 예상대로 진행이 된다면 이 역시 국제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미국 연준이 올 들어서만 두 번씩 금리를 올리고 연준의 자산 축소를 실시하면서도 미국 장기 금리가 오르지 않게 하는 일종의 버팀목 역할을 일본의 엔 캐리 자금이 하고 있었는데 이게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니까 미국채 시장이 긴장을 하는 거죠. FED의 입장에서도 채권 시장의 동향에 대해서 더 면밀히 챙겨봐야 할 이슈가 생기는 거죠? 금리를 올리는 것도 조금 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될 겁니다. 지금까지 연준이 금리 인상에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이유도 금리를 올렸는데도 미국의 장기 금리는 꿈쩍도 안하고 오히려 빠졌기 때문에 어쩌면 이거 더 올려야 하냐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텐데 미 국채를 받치던 한 축이 빠진다면 조금은 다른 스텐스로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왜 하필이면 일본 은행의 테이퍼링 가능성이 이 시점에 붉어져 나왔을까요? 물론 일본 내의 초저금리는 일본 금융회사들을 어렵게 만들고 일본의 연기금 운용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해외 채권에 대해 운용을 한다지만 모든 자산을 해외로 갖고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나 이런 부작용이 하루 이틀의 문제도 아니고 하필 어제 도드라질 이유는 아니죠? 이유를 트럼프에게서 찾아볼까요? 지난 주말에 트럼프 대통령이 강 달러에 대해 비판을 했죠? 일본 자금의 미 국채 매도는 당연히 달러 약세를 초래합니다. 어제 외환시장에서도 일본 엔 케리 자금의 위력을 보여줬습니다. 당연히 일본 엔화는 상대적으로 강해졌습니다. 이미 긴축의 길로 멀리 가버린 연준과 긴축을 확실히 예고하고 있는 유럽 중앙은행을 보면서 우리도 뭔가 하긴 해야 할 텐데 라고 생각해 온 일본 중앙은행으로서는 트럼프의 달러 강세 불만이란 얘기는 좋은 핑계거리를 만난 셈이죠. 그간의 엔화 약세도 어느 정도 저축을 해놓은 상황이니까요.
일본 발 채권 금리 상승세는 분명히 좋은 뉴스는 아닙니다. 엔 캐리 자금의 본국 귀환으로 전 세계 특히 선진국 채권 금리가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역으로 일본 와타나베 부인도 트럼프에게 너무 당신만 잘 살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계속 이런 식이면 우리도 한칼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시위를 하고 잇는 지도 모릅니다.
그 동안 미국이 저금리의 혜택을 본 데는 우리 엔화도 한 몫 한 거 알고 계시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금리의 상승을 본질적으로 싫어하는 트럼프에게 중국 정부의 미 국채 매도보다 더 성가신 게 와타나베 부인들인 걸 은근히 시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중국처럼 일본을 대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다들 한칼을 갖고 있는데 우리만 그저 우리 좀 잘 봐달라고 그러고 잇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한국경제TV 제작1부 박두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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