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부근에서 발생해 일본 쪽으로 이동 중인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한반도의 기록적인 불볕더위를 식힐 수 있을까.
태풍은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남길 때가 많지만, 때로는 한여름 폭염을 누그러뜨리는 `효자` 노릇을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1994년 7월에는 제7호 태풍 `월트`가 가마솥더위를 잠시나마 식혔다.
올해 더위는 1994년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북 의성은 지난 24일 낮 기온이 39.6도까지 올라 현대적인 기상관측 장비가 도입된 20세기 초반 이래 역대 가장 높은 기온 5위를 기록했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측정해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같은 날 경북 영천과 경기 여주의 수은주는 각각 40.3도까지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25일 전해진 태풍 소식은 귀를 기울일 만했다. 이날 오전 3시께 괌 북서쪽 약 1천110㎞ 해상에서 올해 들어 12번째 태풍 `종다리`가 발생한 것이다.
`종다리`는 오후 3시 현재 괌 북서쪽 약 1천210㎞ 해상을 시속 19㎞ 속도로 북쪽으로 이동 중으로, 강도는 `약`이고 크기는 소형이다.
다음 주 월요일인 30일 오후 3시께는 독도 동북동쪽 약 190㎞ 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태풍이 소멸하는 시점에 동해 상에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기압계가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우리나라 내륙에 상륙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다리`가 한반도 폭염의 기세를 꺾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이 태풍이 과연 현재 전망대로 동해 상으로 이동할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종다리`가 한반도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을 뚫고 국내에 진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종다리`가 실제 일본을 관통할 경우 육지를 거치면서 세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을 통과해 해상 기온이 낮은 동해에 도달하면 규모가 더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태풍 `종다리` 영향으로 동풍이 불면 대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서울을 포함한 서쪽은 오히려 더 고온 건조해질 수도 있다.
이런 요인에다 통상 무더위가 7월이 아닌 8월에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최근의 기록적 폭염은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평년(1981∼2010년) 8월 평균 기온은 24.6∼25.6도로 7월(24.0∼25.0도)보다 높았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불볕더위가 당분간 기세를 이어가다가 입추인 8월 7일을 지나 말복인 16일에 다다라서야 한풀 꺾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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