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7일 국방개혁안을 내놓았다.
계엄령 검토 문건 공개 이후 화두로 떠오른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개혁안은 관련 수사가 종료되는 다음 달 초순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이날 공개된 개혁안에는 76명의 장군 감축안을 비롯해 군 전반을 획기적으로 바꿀 내용이 담겨 주목된다.
그러나 계엄령 문건 공개 이후 송영무 국방장관과 기무사 간에 볼썽사나운 싸움이 표면화함으로써 국방부의 개혁안이 제대로 추진될지에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개혁의 키를 쥔 송 장관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지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기무사에 대한 해체 수준의 개혁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기무사 수뇌부가 똘똘 뭉쳐 계엄문건 공개 과정에서 송 장관의 모호한 태도를 문제 삼은 `진실 공방`을 벌이는 탓에 송 장관이 내상이 커 보인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 보고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보아야 한다"며 "기무사 개혁 TF 보고 뒤 그 책임의 경중에 대해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면서 송 장관이 더욱 궁지에 내몰린 형국이다.
경우에 따라선 송 장관이 경질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리더십 손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 예비역 장성은 "국방개혁의 성공은 국방장관의 군 장악력과 리더십이 결정적인 변수"라며 "상명하복이 엄격한 군에서 장관과 부하가 들이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상황 등을 보면 국방개혁이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송 장관은 이날 수면에 모습을 드러낸 국방개혁안을 바탕으로 철저한 개혁을 추진해갈 태세다.
특히 송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방개혁 2.0`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최근의 사태에 대한 소회를 묻자 장관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고 기무사 개혁 성공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그러면서 기무개혁은 정치개입 금지, 민간사찰 금지, 특권의식 내려놓기 등 3가지를 주축으로 해서 강력하게 국방개혁을 하나의 마지막 정점으로 해서 기무개혁도 실시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국방개혁은 우리 군의 미래"라며 "국방개혁을 반드시 성공시켜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뒷받침하는 `강한 안보, 책임국방`을 구현하겠다"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국민을 바라보며,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선진 민주국군으로 거듭나겠다"고 역설했다.
자신의 입지가 악화했을지라도 기무사 개혁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
이번에 확정된 국방개혁2.0을 꼼꼼히 보면 우선 문 대통령의 공약인 `강한 군대, 책임국방 구현`을 위한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군 구조·국방운영·병영문화·방위사업 등 크게 4개 분야, 42개 소과제로 이뤄졌다.
개혁안에 대해 국방부는 "우리 군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전환기적 안보 상황과 인구절벽, 4차 산업혁명, 높아진 국민의식 등 사회환경 변화 속에서 국방개혁이 더는 지체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적 소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단순한 개혁을 넘어 재창군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국방개혁2.0을 수립했다"고 강조했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화해 국면을 이번 개혁안에 반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국형 3축 체계의 전력화는 정상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그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육·해·공군, 해병대의 부대구조 개편 방향도 진행형으로 남겨뒀다. 한반도 상황의 화해 또는 악화에 모두 대비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개혁2.0에는 북한을 포함한 다양한 전방위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군의 전략을 담았다"면서 "다만, 이를 대외에 개략적으로 설명한 것은 전반적으로 `로키`(low-key·절제된 수준의 저강도)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실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시기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국방개혁안은 올들어 한반도 화해 국면 조성으로 보다 `유연하게`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송 장관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여전히 대북 강경 대응 기류가 강한 군 내부 분위기를 다독이면서도 개혁을 달성시키는 `조율` 능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계엄문건 진흙탕 공방으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장군 76명 감축과 병사 복무기간 단축 등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국방부가 "장군 정원감축은 군이 제 살을 도려내는 가장 어려운 과제임에도 각 군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한 것만 봐도, 장군 감축과 관련한 내부 반발의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다. 실제 국방부는 2012년 장군 정원을 60명 줄이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작년까지 8명을 감축하는 데 그쳐, 차후 76명 장군 감축을 제대로 하려면 송 장관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전문가들은 `국방개혁2.0`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방위사업법 등 관련 법령이 조속히 정비되어야만 법적 테두리 내에서 개혁이 순항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 임기 중반부에 `국방개혁2020`이 수립했으나,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정비하는 데 시일이 걸려 결국 동력이 상실했던 탓에 개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과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군의 한 전문가는 "국방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이 조속히 정비되거나 마련되어야 하고, 국방예산도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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