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삼성의 대규모투자 계획안이 발표가 됐습니다. 요약을 하면 앞으로 3년 동안 180조를 투자하는 데 그 중에 130조를 국내에 투자를 하고 4만여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는 겁니다. 당초에 예상됐던 투자 규모 약 100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고 180조원이라는 건 3년간 삼성이 벌어들일 영업이익 대부분을 투자하겠다는 얘기가 됩니다. 돈을 쌓아두지 않겠다는 발표를 한 거죠.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안 그래도 투자와 소비 부진으로 성장률의 늪에 빠져가던 한국경제 회복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입니다. 과거의 예로 보아 삼성이 이렇게 먼저 치고 나오면 현대차, 엘지, SK등 재벌 그룹들이 연이어 과거 보다 확장된 투자 계획을 내놓았었죠. 이번에 삼성의 투자 와 고용 규모가 당초 예상 보다 컸던 것에 비추어 아마도 나머지 그룹들의 발표도 기존의 예상을 깨고 크게 나올 겁니다.
그런데 어제의 발표를 보는 우리 국민들 이거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닐 겁니다. 흡사 5년전 10년 전에도 이런 모습이 똑 같이 연출이 됐었죠. 기시감이라고 하죠, 데자뷰가 떠오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던 당해 년도에 청와대에 재벌 총수들 불러 식사 대접하면 의례 신규투자와 고용 계획을 앞 다퉈 발표하던 풍경과 크게 다르냐는 겁니다. 물론 말씀 드린 청와대 단체 식사회동과 일방적인 훈시 같은 것은 없었고 이미 정부 출범한지 1년이 훨씬 넘어가는 시점에 나온 것이 다릅니다만 본질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겁니다.
좋습니다. 형식이야 어찌되었건 나라 경제와 민생 경제를 위해서 대기업이 곳간을 푼다는 거니까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또 한가지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이 있습니다. 매번 이런 대규모 투자 발표가 있을 때 마다 3년 혹은 5년 간의 계획을 내놓았습니다만 정권의 후반기로 가면 그 투자 계획은 이런 저런 이유로 축소되거나 취소되었던 전례가 있습니다. 고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규 채용은 발표대로 지켰습니다만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도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이런 형식의 투자계획과 실행이라면 그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기업이 정말 사회 공헌 차원이 아닌 그리고 생색 내기용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의적절한 그리고 적재적소의 투자가 이뤄져야지만 장기적인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또 그것이 국민경제에도 궁극적으로 기여하는 것일 겁니다.
기업의 자발적인 투자는 정부의 요청이나 압력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결국 투자할 만한 여건과 조건이 성숙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만한 토양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해외에 투자하지 않고 국내에 투자하려면 한국기업이니까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의무 아니냐고 당위를 내세우면 안됩니다. 이미 90% 이상의 소비자를 해외에서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게 한국 내에서의 투자를 의무라고 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일체의 대기업에 대한 특혜와 부당한 지원을 배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혹시라도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없는지도 동시에 살펴야 합니다.
단순히 임금의 차이와 시장의 접근성의 차이만 가지고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면 그거야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힘든 토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면 그것은 고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삼성의 투자 계획이 최근 대통령이 역설하는 혁신 성장의 마중물의 되려면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합니다. 몇 달이 지난 후에 혹은 내년 이맘때쯤 삼성의 투자와 고용 계획은 무늬만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삼성이 글로벌 리더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그에 기여한 우리 중소기업들이 그 자리에서 더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태계의 조성이 우리 투자자들에게도 투자수익이라는 결과로 돌아오기를 바라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한국경제TV 제작1부 박두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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