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탈리아 제노바의 교량 붕괴 참사가 발생하기 6개월 전, 다리를 지지하는 철제 케이블의 상당한 부식이 확인됐지만 통행제한과 같은 안전 조치들이 적극적으로 취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현지 시사잡지 에스프레소(Espresso)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은 지난 2월 열린 회의에서 이 다리를 지지하는 철제 케이블이 부식에 따라 강도가 최대 20%까지 약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다리는 주탑을 세우고 케이블로 연결하는 사장교다.
그러나 관계 부서나 교량 관리 회사 모두 통행제한이나 대형 트럭의 우회, 도로 축소 운영, 속도 제한 등의 안전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이 이 잡지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부식 상태가 드러난 만큼 보강작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 지난 4월 2천만 유로(256억 원) 규모의 입찰이 시작돼 다음 달 업체가 선정될 예정이었다.
이 잡지는 현대식 교량에서 강도가 20% 줄었다는 것은 중대하지는 않지만 사고가 난 다리의 경우 당시에 이미 결함이 알려진 만큼 더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가 따라야 했었다고 전했다.
이 보도에 대해 그라지아노 델리오 전 교통장관은 당시 누구도 통행제한의 필요성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잡지는 앞서 다리 설계자인 고(故) 리카르도 모란디가 이미 40년 전 부식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지속적인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경고를 했다고 전했다.
항구도시인 만큼 바닷바람과 함께 인근 철강공장으로부터 나온 오염물질 때문에 콘크리트의 내화학성(chemical resistance)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붕괴 원인을 수사 중인 검찰은 유지 보수관리 소홀이나 설계 결함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다리 아랫면에 바로 붙어 이동하며 유지 보수를 수행하는 수 t 무게의 플랫폼이 붕괴 원인이 됐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한편 붕괴하지 않은 나머지 다리 부분에서 지난 19일 밤부터 특이한 잡음이 발생하고 있어 주변 접근이 차단되고 있다.
이탈리아 당국은 기술적 점검을 통해 나머지 교량의 구체적인 위험이 확인되면 즉시 폭파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탈리아 당국은 사고가 난 모란디 교량을 포함해 이탈리아 전체 고속도로의 약 절반을 운영하는 업체 `아우토스트라데 페르 리탈리아`(이하 아우토스트라데)의 권리를 회수, 국유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서부 항구도시 제노바에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께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모란디 다리의 교각과 상판 일부가 붕괴했다. 이로 인해 승용차와 트럭 등 약 30대가 45m 아래로 떨어졌고 모두 43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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