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특기자에 대한 병역특례 폐지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국회에서도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공정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병역특례 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특례 대상자의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앞서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은 2012년 8월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기간을 일정 비율로 환산해 체육요원으로 복무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20대에서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한 현행 병역특례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개정안은 예술·체육 특기자가 지도자 등의 자격으로 군 복무를 하되 군 복무 시점을 최대 50세까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 의원은 4일 보도자료에서 "예술·체육요원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해소하는 동시에 장병들에게도 수준 높은 예술·체육 지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은 다른 차원의 대안을 제시했다.
안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공론화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야 할 시점이 됐다"면서도 "병역특례 제도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신 "은퇴 후에 재능 기부를 일정 기간 하게 해서 군대 문제를 해소하자는 방안이 있다"면서 손흥민 선수의 병역을 일단 면제해주되 은퇴 후 학교 축구부나 유소년 클럽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도록 하는 안을 예로 들었다.
이는 19대 국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이 발의해 대안에 반영돼 처리된 병역법 개정안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당시 진 의원은 예술·체육요원이 농어촌 지역, 소외계층 자녀 등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도록 병역법을 바꿨다.
한편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병역특례 대상자의 범위를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하 의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국회에서 체육선수들 군 면제와 관련한 특위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며 "여러 의견을 종합해 체육선수가 군 면제를 받더라도 다 같이 박수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방탄소년단(BTS)처럼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 의원은 조만간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의원실 관계자는 "병역특례 범위는 시행령으로 규정돼 있으나, 논의를 촉발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하려고 한다"며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법안 개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국방위 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은 통화에서 "법안 개정 필요성 등을 당내에서 차분히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이 문제는 호떡 집에 불난 것처럼 성급하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들을 축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백 의원은 "병역특례는 선수가 원해서 만든 특혜가 아니라 국가가 필요해 만든 말 그대로 특례"라며 "선수들이 특혜 받으려고 운동한 것처럼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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