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한국 경제정책·증시전망 어떻게 보나-[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8-09-10 09:04   수정 2018-09-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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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왜 최저임금에 부정적일까…韓 정부가 간과한 것


나라 안팎으로 정세가 복잡하다. 끝이 없는 미·중 간 무역마찰과 신흥국 금융위기 조짐,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소득주도성장 논쟁과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동산 대책 등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앞날을 내다보기 어려울 때면 정치·군사·외교 현안은 헨리 키신저, 경제 현안은 워런 버핏에게 혜안을 구한다고 한다.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구루, 가치투자의 전설 등 버핏을 칭하는 용어는 많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금융위기 이후에는 박애주의자라는 용어가 자주 들린다. 3년 전 평생 모았던 재산 가운데 사 분의 삼을 기부하겠다고 선언에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올해 기부액만 하더라도 3조 8천억 원에 달한다.
복잡한 사안들이 얽혀있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버핏의 혜안과 조언을 빌려보면 어떨까. 가장 논란이 많은 ‘성장’과 ‘분배’ 가운데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느냐에 대한 버핏의 선택은 전자다.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주체가 자본주의 정신과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히 기할 수 있도록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계층 간 소득불균형은 세제 정책으로 조정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 초점이 다르다. 고소득층에게서 걷은 세금을 저소득층에게 단순히 이전시키기보다는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릴 수 있는 세제혜택 재원으로 활용해야 근로의욕이 꺾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버핏의 시각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버핏의 시각대로 재조정해 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상대소득가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저소득층 소비성향은 고소득층보다 높아 세율인상 등을 통해 고소득층 소득을 저소득층에게 이전시키면 소비가 증가해 성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버핏의 시각은 미국 경제 정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2차 대전 이후 두 번째로 긴 성장국면을 구가하고 있다. 핵심 성장 동력은 기업을 중시하는 정책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부터 시작했던 ‘리쇼오링’ 정책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더 강화해 추진하고 있다. 리쇼오링의 핵심수단은 세금감면과 규제완화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35%에서 21%로 기업이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대폭 내렸다. 이마저도 올해 안에 20%로 추가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4차 산업의 경우 정부가 간섭을 하지 않는 ‘규제 프리 존’을 설정해 전폭 지원해 주고 있다. 소비의 주체인 개인에게도 원칙은 근로의욕 제고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그대로 경제 정책의 성과로 연결된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미국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4.2%다. 2.5%에 불과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1980년 2차 오일 쇼크, 1998년 외환위기 직후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데도 한국과 미국 간 성장률이 역전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 경제를 보고 조로화와 중진국 함정 우려가 함께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최저임금 인상 보다 일자리 더 중요"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 버핏은 최저임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보여준다. 근로자에게 필요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일자리가 더 중요하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윤추구’라는 기업 생존의 본질상 생산성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 근로자일수록 일자리 상실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버핏의 이런 주장을 통계적으로 입중해주는 연구 보고서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다. 국회 예산처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은 16.4% 인상됐다. 최근 5년 간 평균 인상폭 7.4%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지만 올해 1∼2분기 저소득층 소득(하위 20% 계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8%, 7.6% 감소했다. 저소득층 일자리 상실이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강남 집값과 대책에 대한 시각도 장하성 정책실장과 차이가 있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부유세 부과다. 버핏은 집값이 올라간 만큼 부유세는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장하성 실장은 ‘미온적’ 혹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논란이 많다.
버핏이 우리 경제각료보다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는 것은 아니다. 경제정책은 지향하는 목표와 처한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가 하나다. 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기본 토대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한 신흥국일수록 금융위기나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 한국 증시, `더 깊은 나락` 혹은 `또 다른 기회`
버핏의 시각대로라면 국내 증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주가를 예측하는 데 있어 워런 버핏이 가장 신뢰한다는 이론이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버핏·소로스 가설)’이다. 이 가설은 경기와 투자자 심리와의 관계를 설명한 이론으로 증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핵심 내용은 이렇다. 어떤 국가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이때 주가는 실제 경제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경기침체로 투자자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보유 주식을 대거 내다팔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로 본다면 세계 3대 평가사의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사가 우리 신용등급을 한 계단 상향 조정한 2016년 8월 이전까지의 기간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자자 사이에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점차 투자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겨오면서 주가상승 속도가 경제여건 개선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상승기를 맞는다. 코스피 지수가 2016년 9월 이후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2,600선에 바짝 다가섰던 작년 상반기까지 기간이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의 쏠림 현상이 흐트러져 1차 조정국면을 맞게 된다. 작년 하반기 들어 대부분 국내 증권사가 ‘대세 상승론’을 외쳤으나 그 후 코스피 지수는 오히려 2,3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때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오느냐가 중요하다. 경기와 기업실적이 받쳐주면 투자자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1차 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기(대세 상승기)를 맞게 된다. 반대로 악화되면 투자자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경제여건보다 더 떨어지는 과잉조정 국면을 맞는다.


관건은 우리 경기와 기업실적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작년 성장률이 3%에 진입하는데 성공했지만 올해 2분기 이후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2016년 11월 이후 한국 증시를 이끌었던 수출과 경기, 주가 간 선순환 관계도 원화 강세, 미국의 무역제제 등으로 흐트러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기업 실적도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하다. 올해 들어서는 후발 기업이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발 기업의 실적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외국인 주식거래에 대한 과세 방침이 알려지면서 저평가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 증시에 대한 해외 시각도 흐트러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 증시가 지금보다 `더 깊은 나락`(Ice age)으로 빠지느냐와 `또 다른 기회`(Ice breaking)를 만들어 내느냐는 문재인 정부의 증시 정책과 이에 대한 외국인의 평가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대내외 예측기관과 외국인은 한국 경기와 증시정책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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