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사무금융노조는 이날 낸 성명에서 "국민연금은 단순히 주식 보유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이런 점에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주 전 사장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이행할 기금운용본부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주 전 사장은 2013년 한화투자증권 재직 시절 희망퇴직 등을 거쳐 7명을 정리해고했고 당시 해고 대상자들은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대법원에서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성명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공모 관련 사무금융노조 입장노동자를 구조조정한 인사에게 노동자의 노후를 맡길 수 없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운용하고 관리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1차 공모 때는 ‘적격자 없음’으로 결정됐다. 7월부터 진행된 2차 공모에서는 최종 5명이 후보로 결정돼 인사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그 대상자 중에 노동자를 구조조정했던 전력이 있는 인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한화투자증권에 주진형 사장이 취임했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희망퇴직 접수가 시작되었다. 2014년 초, 35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이어, 주진형 사장은 노동자들을 한화그룹 계열사로 전환배치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 다시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요구했다. 결국 27명이 추가로 희망퇴직을 했고, 나머지 7명의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을 거부했다.
단지 희망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7명은 결국 정리해고를 당했다. 한화투자증권의 희망퇴직은 강압퇴직에 불과했고, 강압퇴직에 응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로 내몬 것이다. 당시 증시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어떠한 증권사도 노동자들을 정리해고로 내 몰지는 않았다. 증권산업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각하되었다. 결국,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소송을 했고, 지난 2017년 7월 대법원은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최종 감원 목표를 상회해 감원한 상황에서 추가로 정리해고했다면 이는 노사협의회 및 노조와의 협의를 위반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거나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노동자를 구조조정한 인사애게 노동자들의 노후를 맡길 수 없다. 만약 그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에만 메달릴 경우 리스크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공익적 가치에 부합하도록 기금운용이 되어야 한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로 인해 한진칼의 주식가치가 폭락했다. 결국 한진칼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손해를 입었다. 이 점에서 보듯 ESG 리스크가 곧 재무적 리스크이다. 환경보호와 사회공헌, 윤리경영 측면에서 볼 때 한화투자증권 사장 시절 그가 보인 행태는 전형적인 노동착취로 그는 윤리경영을 위반한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라 국민연금은 이제 국민들의 제대로 된 집사로서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단순히 주식 보유에서 그치지 않고,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인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할 기금운용본부장이 될 자격은 없다.
끝으로, 국민연금 고갈 논란 관련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보다 노동과 자본간 형평성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4.5%씩 1:1로 내고 있다. 그러나, 해외 사례에 비교하면 오히려 사측의 분담률이 큰 경우가 많다. 덴마크는 0.26 대 0.52, 핀란드는 7.20 대 18.0, 프랑스는 7.25 대 10.40, 이탈리아는 9.19 대 23.81에 달하고 호주는 0 대 9.15이다. 한국처럼 노사 부담률이 같은 경우는 OECD 가입국 22개 중 7개국, 노동자가 더 많이 부담하는 경우는 1개국뿐이다. 한화투자증권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던 주진형씨가 기금운용본부장을 한다면 오히려 기금 고갈 우려를 오히려 노동의 몫으로 돌리려 할 것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적합한 기금운용본부장의 인선을 위해 3가지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독선적인 인사는 배제되어야 한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독선적인 의사결정을 행사한다면 투자의 실패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둘째, 도덕성을 기반한 인성이 보증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의 공익성과 큰 규모의 투자로써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도덕성은 환경, 노동을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의 기초이다.
셋째, 전문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자산운용 경험이 없고, 특정 이벤트나 정치적 성향으로 두각을 나타내온 사람이나 권력에 기대어 온 낙하산 인사는 배제되어야 한다.
2018. 10. 2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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