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서구 열강의 아프리카 식민지배를 상징하는 모자를 착용해 비판을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케냐 사파리 공원에 동그란 챙이 달린 흰색 모자를 쓰고 방문, 차를 타고 다니며 코뿔소와 하마 등 동물 사진을 찍었다.
멜라니아 여사가 착용한 모자는 `피스 헬멧`(Pith helmet)으로 불린다. 이는 19세기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지역에서 유럽 탐험가들이나 식민지배 행정관들이 햇볕을 가리고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쓰던 것으로 지위와 억압의 상징이 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케냐 주민 폴린 므왈로는 멜라니아 여사의 모자를 놓고 "어두운 시절에 식민주의자들이 쓰던 것"이라며 "아프리카 사람들과 어울리느냐? 누가 (그 모자를 쓰라고) 조언했느냐"고 트윗을 올렸다.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1일부터 일주일 일정으로 가나, 말라위, 케냐, 이집트를 방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지 않는 `나 홀로` 해외 순방이다.
이번 순방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프리카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관측됐지만 예상하지 못한 `모자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공화·민주당 연방의원들을 만나 이민개혁안을 논의하던 중 아프리카와 중미 국가들을 `거지소굴`로 묘사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작년 9월에는 아프리카 정상들과 오찬을 하면서 "당신들 나라로 가서 부자가 되려고 하는 친구들이 내게 많다", "`남비아`의 보건 시스템은 점점 더 자급자족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과거 유럽 열강의 아프리카 착취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발언에 아프리카에 존재하지 않는 `남비아`라는 정체불명의 국가를 언급함으로써 논란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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