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 등 주요 대기업의 경제력 편중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마저 5대 그룹 주식만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공공자본으로서 안정성을 중시한 나머지 우량주 투자에 집중한 점은 어쩔 수 없지만 자본시장의 큰 손 역할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에 방서후 기자입니다.
<기자>
국민연금이 보유한 5대 그룹 주식·채권 투자금이 5년 만에 50% 가까이 증가하면서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증시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증권발행기관별 통합 익스포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주식·채권 보유액은 85조6,18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 2014년 58조2,317억원 대비 47% 늘어난 규모입니다.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주식, 채권, 단기자금, 대체투자, 장외파생상품 등 상대방의 채무 불이행 때 손해를 입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자산 운용 합계액을 의미합니다.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에서 5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도 54%로 절반을 훌쩍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중에서도 삼성그룹의 비중이 압도적인데, 국민연금의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 보유액은 38조8,298억원으로 전체 주식 투자액의 30%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5대 그룹 중에서도 60% 정도를 차지합니다.
삼성그룹 다음으로는 SK(11조8,495억원), LG(7조5,653억원), 현대자동차(7조4,435억원), 롯데(2조3,064억원) 등의 순으로 주식 투자액이 많았으며, 현대차를 제외한 모든 그룹의 투자액이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국민연금의 보수적인 투자 행태가 수익률 저하는 물론 자본조달 시장 본연의 기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외국인과 함께 양대 수급으로서 치열하게 사고 팔아야 시장이 제대로 된 가격을 형성하는데, 주요 대형주 주주로서 10% 이상의 지분을 들고 있는 경우도 많다보니 전략적인 운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인터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해외 연기금들은) 인덱스 펀드 위주로 투자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액티브 펀드 투자를 활성화하면서 추가로 뭘 주기 시작했냐면 (추가 수익률을 낸 운용사 대상) 인센티브의 상한을 없앴다. 일본공적연금(GPIF)이라든가 글로벌 연기금들의 최근 태도 변화를 보면 특히 운용의 자율권을 주면서 추가로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들을 꾸준히 폈더니 최근 성과가 상당히 좋아졌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개별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올 들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에서 수익은 커녕 6% 이상 손해를 입었습니다. 이대로라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8년 이후 최악의 결과가 우려됩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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