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한 것은 미국 채권금리 상승 부담도 작용했지만, 증시의 버팀목인 기술주들이 무너진 영향이 컸습니다.
월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기술주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거나 "투자자들이 그동안의 승자를 투매하고 있다"는 말로 시장 상황을 전했습니다.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15.97포인트(4.08%) 하락한 7,422.05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스닥지수는 중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았습니다. 나스닥지수의 낙폭은 지난 2016년 6월 이후로 2년 4개월 만에 최대폭입니다.
S&P500지수의 IT인덱스는 4.8% 빠졌습니다. 2011년 8월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입니다. IT 인덱스를 구성하는 65개 종목이 모조리 주저앉았습니다.
특히 `IT 빅5`로 꼽히는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는 예외없이 4% 이상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대장주` 애플은 4.63% 내렸고, 아마존은 6.15% 폭락했습니다.
경제매체 CNBC 방송은 증시 전문가를 인용해 "투자자들이 기술주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술주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 월스트리트 보고서가 촉매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월스트리트 유명 애널리스트인 바클레이스의 로스 샌들러는 보고서에서 아마존의 3분기 실적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조치로 4분기에도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으로, 샌들러는 트위터와 스냅에 대해서도 다소 부진한 실적을 전망했습니다.
채권금리 오름세가 전반적인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면, 대형 IT업체들의 3분기 실적악화 우려가 나오면서 직접적으로 주가지수를 끌어내린 셈입니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831.83포인트(3.15%) 하락한 25,598.74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 마감 직전 투매 양상과 맞물려 낙폭을 빠르게 확대했습니다.
S&P 500지수는 94.66포인트(3.29%) 내린 2,785.68에 마감했습니다.
투자심리를 억눌러 온 채권금리는 오늘도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채권값 약세(채권금리 상승)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는 장중 3.24%를 웃돌았습니다.
일종의 `임계치`로 여겨지는 3.5%도 조만간 뚫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2년물 국채는 2008년 이후로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일명 `공포지수`로도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40% 이상 치솟으면서 22선을 웃돌았습니다.
지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와 맞물려 시중금리가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미국 상장사들의 실적 호조세가 꺾인다면 뉴욕증시엔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금리 상승을 탄탄한 경제펀더멘털의 결과물로 긍정적으로 해석했다면, 앞으로는 `위험자산`인 주식보다 `안전자산`인 채권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는 상황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아담스 펀드의 마크 스토에클 대표는 "투자자들이 그동안의 승자를 투매하고 있다"며 "시장의 움직임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지만, 매우 힘든 환경이다"고 말했습니다.
관심은 미 증시 폭락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황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공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며 눈높이를 낮추고 보수적으로 대응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많이 낮아지긴 했으나 반등 계기를 찾기가 어렵다. 실적 기대도 크지 않아 업사이드보다는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크다"며 "중장기적으로도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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